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중동의 강경 국가와 무장정파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게 앞다퉈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암살공격을 피해 시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망명 활동 중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샤알은 8일 영국의 스카이뉴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과거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타협적인 자세를 보인 적이 없는 마샤알이 이런 언급을 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샤알은 "우리는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파이다. 하마스가 누군가에게 위해를 주는 그룹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면서 하마스를 미국의 대화 상대로 인정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하마스와 쌍벽을 이루는 레바논의 강경 정파인 헤즈볼라도 오바마의 당선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 전쟁을 치른 헤즈볼라의 국제관계 책임자 나와프 무사위는 오바마의 승리를 환영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분명하게 올 것"이라고 말했고, 헤즈볼라와 가까운 사이인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도 오바마에게 중동평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말 미군 특수부대의 월경 공격을 받은 시리아의 관영 신문인 티쉬린은 8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중동에서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해주는 게 아랍인들에게 중요하다"며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국이 아랍 세계와 함께 역사의 새 장을 열 생각이 있다면 부시 행정부의 충고를 무시해달라고 오바마 당선인에게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축전을 보내 미국과의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해졌고,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향한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핵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오바마에게 축하 서신을 보낸 국가원수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 정치 분석가들을 놀라게 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7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서신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지만 취임 후 이란을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오바마는 대선 때 이란과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이란의 핵개발은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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