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민간항공기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48년 노스웨스트가 한국과 미국 노선을 취항하면서부터입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는 민간항공기 도입을 기준으로 60주년이 되는 셈이지요. 짧지 않은 역사이지만 그동안 항공기 조종 분야는 완전히 남자들의 세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민항기장이, 그것도 한꺼번에 2명이나 배출됐습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나 세계 경기 침체 등 너무나 어두운 일색의 뉴스만 쏟아져 나오는 터라, 전인미답의 분야에 도전해 성과를 얻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희망어린 메시지를 줄 수 있겠다 싶어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민항기장이 된 주인공은 대한항공의 신수진(40세), 홍수인(36세) 기장입니다.
4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만난 두분은, 오랜 기다림끝에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기쁨 때문인지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특히 왜 이 분야에 도전하게 됐는지가 관심의 초점이었죠.
먼저 신수인 기장의 경우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처음부터 항공기 기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학창 시절 미국 여행 도중 우연히 타 본 경비행기가 신기장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종사가 '당신도 이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다'고 했고 비행의 매력에 빠진 신기장은 그길로 미국에서 항공사 통역승무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 뒤 미국에서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하게 됩니다.
홍수인 기장은 신기장과는 약간 다르게 어렸을때부터 그저 푸른 하늘이 좋고, 제일 좋아하는 색도 하늘색일 정도로 꿈많으 소녀였습니다. 자연스레 푸른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돼 지난 91년에 항공대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항공운항학과에 남학생들만 뽑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일단 항공대에 가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홍기장은, 항공대 통신공학학과에 입학합니다.
4살 터울의 두 사람의 운명이 겹쳐지는 것은 지난 96년 대한항공의 조종 훈련생 과정으로 동시에 입사하면서 부터입니다.
당시 조종훈련생 과정은 비행경험이 전무한 사람도 지원이 가능한데다 항공사에서 기초부터 고등훈련까지 모든 비용을 대는 매우 드문 기회였습니다. 비행기 조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 기다리던 두 사람에게 꼭맞는 길이 열렸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항공사에 훈련생으로 입사한 뒤 신수진, 홍수인 기장은 그 뒤로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신 기장은 97년 6월 MD-82기종의 우리 나라 최초 여성 부기장이 된 뒤 2001년 10월엔 보잉 747-400 점보 여객기의 부기장으로 승격됐고, 홍기장 역시 97년 12월 같은 MD-82 기종의 부기장이 된 뒤 2001년 7월에 보잉 777의 부기장으로 승격됐습니다.
그렇게 착실히 부기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기장으로 승격하기 위한 조건을 채워갔는데요, 기장이 되기 위해선 최소 4천 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춰야 하고 기장으로부터 위임받아 하는 착륙 횟수가 350차례 이상이어야 하며 중소형기 부조종사 임명 후 5년이 지나야 합니다. 한마디로 민항기 조종의 베테랑이 되어야만 기장자격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까다로운 자격을 모두 채운 두 사람은 나란히 올 5월에 기장승격훈련요원 신청을 했고, 지난 6개월동안 매일같이 하루 15시간씩 훈련과 교육을 받은 끝에 이번에 기장이 됐습니다.
부기장이 된지 11년만에 기장으로 승격된 두 사람은, 아직은 기장이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표정이었는데요, 그러나 10년이 넘는 긴 시간과 각종 훈련과 교육 등 수많은 과정을, 체력적인 면에서 남성들에 비해 다소 뒤쳐지는 여성의 몸으로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특히 신수인 기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비행기 조종이라는 일이 밖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너무 힘들고 외로운 직업인데, 최근에 주변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다 힘든 것 같다고, 그러나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결국 힘든 그 찰나의 순간을 이겨내는 한순간의 의지를 발휘하면 길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나 할까요...신 기장은 몸소 그것을 실천했고 자신의 경험에 의해 얻은 바를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했습니다.
신수진, 홍수인 기장은 이제 대한민국의 항공사를 새로 써 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10여전 전엔 최초의 여성 부기장이었고 이제는 또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됐고 다음엔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 지 기대되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노력이 힘들고 어두운 요즘 시기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계속 선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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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 사회부의 '터미네이터'. 오지와 극한 상황을 마다하지 않는 취재로 잘 알려진 이 강 기자는 에베레스트 원정대 동행취재등 굵직한 현장에서 SBS 보도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공항 출입기자로서 '에어시티'의 실감나는 일상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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