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정감사가 끝났다. 거듭되는 파행에 막말공방까지... 반드시 국정감사가 아니더라도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그래서일까? 친구나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정치인들은 왜 맨날 싸우냐?" "말도 안되는 걸로 싸우는 거 보면 정말 짜증나지 않냐?" 이런 말의 배경에는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쟁(政爭)은 나쁜 것인가?
정쟁(政爭)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에서의 싸움'(국립국어원) 혹은 '정치상의 주의·주장 등에 관한 싸움'(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이다. 단어 자체로만 놓고보면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싸움'은 나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싸움' 혹은 '싸우다'의 의미도 '말, 힘, 무기 따위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로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여기에 정당(政黨)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인 점을 감안하면 서로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어찌보면 정당을 근간으로 하는 정치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정쟁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0월 9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정쟁중단을 선언하자"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해 당 대표 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경제를 살리고 금융위기 극복하는데 정치권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는 소리가 나오도록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한길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쟁은 종부세 완화 같은 잘못된 감세정책과 표적수사를 통한 야당탄압 등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먼저 이를 중단하고 경제문제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라면서 "제안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답변을 해야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양쪽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쟁점사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할 때 어느 한 쪽의 설명을 듣다보면 '상대당이 이번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아무리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반대편의 논평이나 대응을 듣고 나면 '아! 그럴 수도 있구나'하고 무릅을 탁 치게 된다.
사안을 판단하는 '준거의 틀' 혹은 '정치적 지향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 누가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정쟁을 무조건 소모적이라거나 나쁘다고 비판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다들 각자 옳다고 믿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서로의 주의·주장을 떠나 국가의 존립자체가 위협받는다면 정당이나 정파를 떠나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하다. 1930년대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실시한 '국공합작'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공합작 때처럼 외부의 적이 분명한 경우 '정쟁 중단'이 간단히 성립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어떤 것이 국가 존립을 위한 길이냐를 놓고 정당·정파간 내부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국익'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이 갖고 있는 이상과 주의·주장에 따라 국익을 실현하는 방법도 다를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갖은 정당과 사람들이 최선을 찾아나가는 정치행태가 민주주의다. 바꿔 말해 정쟁이 없는 정체(政體)는 독재(獨裁)다. 이것이 정치권의 투쟁을 좀 더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쟁(政爭)을 정쟁(挺爭)으로 치부하고 무관심해질 때 정쟁은 나라를 망치는 해독이 된다. 결국 정쟁을 국민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만들지, 아니면 정치인 자신의 영달을 위한 이전투구로 전락시킬지는 이들에게 '표'라는 권력을 위임해주는 국민의 관심 여하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정쟁'은 양날의 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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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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