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말합니다.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연일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경제위기를 둘러싼 여야 공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면서도 그로인해 발생할 적지 않은 부작용들을 과거에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들을 보면 단순히 그 정책에 따른 부작용뿐만이 아니라 과연 그런 정책들이 세상을 빛을 보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완화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여당의 여러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요즘 정부와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어질어질하다는 겁니다. 순서가 바뀌었거나 뒷일을 생각지 않은 채 마구 밀어붙이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입니다.
오는 10일에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12일에는 공청회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태세입니다. 정부 여당은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동의안을 처리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미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오바마가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기류가 있는 만큼 비준안 처리를 놓고 또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왜 도대체 이 시점에서 또 하나의 폭탄을 던지는 걸까?' ..."수도권 규제완화로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데 왜 지금 서둘러 폭탄을 터뜨리려는 걸까?"
터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폭탄 하나가 또 있습니다.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입니다. 종부세 문제는 여당 에서 심한 반발에 부딪혀 당내 여론조사까지 벌였다가 결국 11월 헌법재판소 결정을 본 뒤에 당론을 정하기로 유보해놓은 상태입니다. 헌재의 결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종부세 문제도 국회를 떠들썩하게 할 쟁점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앞서 저는 여당의 정책 추진을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이해되면서도 추진 방법을 보면 이해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큰 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이를 실행해 나가는데 있어서 안팎의 반대를 완화시킬 대안까지를 마련해가며 추진 로드맵을 짜야 할 터인데, 과연 그런 정무적인 판단이나 추진 로드맵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많은 여당 의원들이 말하듯, 지방 지원 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해도 될 터인데 하는, 다시말해서, 지방지원 대책을 충분히 강구한 뒤 발표하고 여론의 흐름을 봐가면서 적정 타이밍을 잡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불가피하게 수도권 규제완화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설득했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다 보니 이런 정무적인 판단이 모자랐던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오히려 경제심리에 불안감을 초래해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불신과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강만수 장관 등 현 경제팀이 그만큼 초조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는 심리라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떠할까요? 경제 심리를 살리겠다면서 '정치 심리'는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정부여당의 행보를 주목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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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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