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여의도 박 반장] '경제가 심리'라면 정치는?

요즘 국회에서도 온통 경제 얘기로 시끄럽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주요 쟁점은 경제위기였습니다. 경제팀의 경질을 거듭 촉구하는 야당과 국제적 위기상황을 무시한 정치공세라는 여당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최근 두 달 동안 국회에서는 경제가 최대 화두이자 쟁점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여당은 연일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말합니다.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연일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경제위기를 둘러싼 여야 공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면서도 그로인해 발생할 적지 않은 부작용들을 과거에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정책들을 보면 단순히 그 정책에 따른 부작용뿐만이 아니라 과연 그런 정책들이 세상을 빛을 보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완화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보도를 통해서 보셨듯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수도권 의원들과 비수도권 의원들 간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거듭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하는 전략"을 세우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허태열, 송광호 최고위원에다 박근혜 전 대표까지 반대의사를 보이면서 여당이 매우 난감해진 상황입니다. 여당의 지방의원들이 야당의원들과 연대해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보기 드문 일도 연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수도권 규제완화 자체가 지방을 고사시키는 정책이라며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부 정책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는 입장인 만큼 내심은 어떤지 몰라도 표면적으로는 "지방 지원 대책을 먼저 제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했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즉, '선 지방지원 후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박희태 대표와 만나 이런 당 안팎의 반대기류를 전해 듣고 '선 지방지원'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과연 당 안팎의 반대기류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여당의 여러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요즘 정부와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어질어질하다는 겁니다. 순서가 바뀌었거나 뒷일을 생각지 않은 채 마구 밀어붙이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입니다.

오는 10일에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12일에는 공청회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태세입니다. 정부 여당은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동의안을 처리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미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오바마가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기류가 있는 만큼 비준안 처리를 놓고 또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왜 도대체 이 시점에서 또 하나의 폭탄을 던지는 걸까?' ..."수도권 규제완화로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데 왜 지금 서둘러 폭탄을 터뜨리려는 걸까?"

터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폭탄 하나가 또 있습니다.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입니다. 종부세 문제는 여당  에서 심한 반발에 부딪혀 당내 여론조사까지 벌였다가 결국 11월 헌법재판소 결정을 본 뒤에 당론을 정하기로 유보해놓은 상태입니다. 헌재의 결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종부세 문제도 국회를 떠들썩하게 할 쟁점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당 지도부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11월, 12월이 될 겁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한미 FTA 비준안 문제, 세제개편안 문제가 한꺼번에 닥치면 하나하나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여당 내의 반발 기류를 누그러뜨리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당 밖의 반대기류를 보면 여당 지도부는 내부 단속과 외부 투쟁을 병행해나가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할 겁니다. 

앞서 저는 여당의 정책 추진을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이해되면서도 추진 방법을 보면 이해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큰 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이를 실행해 나가는데 있어서 안팎의 반대를 완화시킬 대안까지를 마련해가며 추진 로드맵을 짜야 할 터인데, 과연 그런 정무적인 판단이나 추진 로드맵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많은 여당 의원들이 말하듯, 지방 지원 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해도 될 터인데 하는, 다시말해서,  지방지원 대책을 충분히 강구한 뒤 발표하고 여론의 흐름을 봐가면서 적정 타이밍을 잡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불가피하게 수도권 규제완화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설득했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다 보니 이런 정무적인 판단이 모자랐던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오히려 경제심리에 불안감을 초래해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불신과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강만수 장관 등 현 경제팀이 그만큼 초조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는 심리라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떠할까요? 경제 심리를 살리겠다면서 '정치 심리'는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정부여당의 행보를 주목해 볼 일입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