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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이 대통령 시정연설 관련 뉴스

10월 27일 국회에서 행한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금융위기 극복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에 야권은 "자기반성 없이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한 연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도, 여야의 논평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27일 SBS 뉴스가 보도한 이 대통령의 연설 중 위기극복과 관련된 대목은 "10년 전과 같은 외환위기는 없고,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와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금융위기 극복 방안이라기보다는 위기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을 뿐입니다. 국회에서 연설할 당시 이 대통령은 유동성, 곧 달러를 확실하게 공급하는 방안으로 곧 발표될 한미 간의 통화 맞교환 협정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통화 스왑을 맺은 것은 30일에야 밝혀진 일입니다. 따라서 연설 당일에는 유동성을 확실히 공급한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뉴스는 유동성 공급방안이 무엇인가를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구체적인 방안을 담지 않은 의지 표명 정도를 '금융위기 극복방안'이라고 우긴 한나라당의 논평도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이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한 것이라는 야당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국민의 희생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미 예정되었고,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10월 26일 주가 폭락으로 40대 가장이 자살했으며, 60대 부부가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SBS 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요즘 무료 식량배급소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27일 뉴스는 경제난의 여파로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버지가 3살 난 아들을 집에 버려두고 달아났으며, 소방용 소화전 마개들을 뜯어 고물로 팔거나, 어촌에서 선박용 기름이나 잡은 생선까지 훔친 생계형 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SBS 뉴스가 이런 범죄들을 경제난의 여파로 발생하는 생계형 범죄로 규정한 것은 올바른 관점입니다. 자살이나 범죄로 표출되는 국민들의 고통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고통을 소리 없이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금융위기를 악화시킨 쪽은 정부 당국을 비롯한 금융정책의 책임자들입니다. 그러나 고통은 금융위기에 대해 어떤 책임도 없는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산업의 붕괴로 악화되면 가장 먼저 실직하고 파산해야 하는 쪽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시정연설과 정당의 논평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대통령이 표명하는 위기극복 의지보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따져보는데 집중했어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질문을, 프로그램이 없으면 없다는 것에 대한 책임추궁을, 고통을 당하는 서민들을 대신하여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일입니다.

지난주 SBS 뉴스는 몇 가지 흥미로운 화두를 제시했습니다. 뉴스는 10월 25일 중국식 갑옷을 입고, 칼을 일본 무사처럼 찬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이 고증되지 않은 채 30년 이상 국회 의사당 현관에 서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7일 뉴스는 판돈이 30억 원이나 되는 내기 골프가 도박이냐 아니냐 하는 법원 판결의 기준은 우연성이 골프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무리 거액의 판돈이라도 우연성이 승패를 좌우하지 않으면 도박이 아니라고 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28일 뉴스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은 김대중 정권 당시부터 정부가 주창해 왔고, 노사정 위원회까지 만들어 놓았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일방적 노동정책으로 유명무실하게 된 상황입니다. 뉴스가 이점까지 지적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비문화적 욕설이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욕설이 정확히 어떻게 표현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가까이서 들은 의원들끼리도 다른 이야기를 한다지만, 그가 부적절한 폭언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에게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장관으로서의 자질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가 국민 앞에서 자기 성질을 통제하지 못했음을 보였고, 난폭한 언어를 구사했으며, 장관을 대통령의 졸개라고 표현하여 자신의 화를 돋운 이종걸 의원이 아니라 엉뚱하게 기자에게 화풀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며칠 뒤에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SBS 8시뉴스가 이를 처음 보도한 것은 이틀 뒤인 26일 당사자인 유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한 뒤였습니다. 그것도 뉴스 자신의 판단은 철저히 배제하고,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소개하는 형식의 보도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나 삿대질은 개탄하면서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뉴스가 장관의 부적절한 폭언을 이토록 소극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폭언의 보도를 보류한 것이 그렇고, 나중에야 여야 공방전의 형식으로 보도한 것이 그렇습니다. 언론은 정치권의 공방전을 사실보도 차원에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식의 눈으로 문제를 정리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사실보도에서 머물면 무책임한 부실보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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