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9일 증시의 악성 루머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한 것은 루머의 폐해가 내버려둘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다.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 1,078.33까지 오르며 1,000선을 가뿐히 넘었다가 오후 들어 급락세로 돌변해 장 중 무려 158포인트나 떨어진 것도 악성 뜬소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날 증시에 나돌았던 악재는 C&그룹 워크아웃 참여설과 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달러 지원설이었다.
C&그룹이 조선과 건설 부문의 자금 사정이 악화해 부도 지경까지 이르렀고 워크아웃이 결정됐다는 루머는 이날 장 중 증권가 메신저를 타고 순식간에 투자자들 사이로 퍼져 나가 반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C&그룹이 이날 공시를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의 하나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대해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불안 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C&그룹 계열사는 모두 하한가로 곤두박질쳤고 C&그룹과 금융 거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은행들도 전부 하한가 사태를 맞았다.
C&그룹 워크아웃 참여설이 건설주와 은행주를 중심으로 투매를 부추겼다면 IMF 자금지원설은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IMF 자금지원설은 24일 월스트리트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WSJ는 "IMF가 신흥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쉽게 하려고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특별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방안을 세웠으며, 한국, 브라질·멕시코 등이 지원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IMF 통화스와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확정된 것처럼 와전됐고, 이날 증시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투매를 부추겼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이날 기자실 브리핑에서 IMF 달러 통화스와프 프로그램 참여설에 대해 "우리나라가 신청한 적도, IMF에서 제안이 온 것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공포 쓰나미가 시장을 덮친 후였다.
악성 루머가 증시를 뒤흔든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하이닉스는 '전환사채(CB) 추가 발행이 자금 위기 때문이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6월부터 주가가 폭락했고, LG전자 주가도 '영업이익률 급락'이라는 악성 루머가 돌면서 지난달 급락했다.
유동성 루머에 휩싸인 금호와 두산그룹도 악소문이 터져 나온 날 계열사들이 하한가 사태를 맞기도 했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악성 루머는 증시의 암적 존재로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퍼지지 않도록 투자자들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미확인 악성루머를 유포시키는 수법으로 주가조작 등을 한 행위가 포착되면 집중적으로 조사해 엄중히 조치키로 한 데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의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나 소문 유포에 대한 법적 처벌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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