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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화전 닭 머릿수 안 셀 것"

'대통령 됐을 때' '대통령 당선된다면' 표현에도 민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는 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놓고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When I am president)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If I am elected president), 이 두 문장이 주는 미묘한 차이를 우리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미국 언론은 이른바 겸손함의 정도를 읽어내는 척도로 삼고 있다.

전자가 자신감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다소 건방진 이미지를 준다면, 후자는 자신을 낮추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두 후보가 모두 후자인 'If'를 즐겨 사용하고 있는 이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가끔 'When'을 사용한 문장을 써왔지만, 지금은 극도로 말 조심을 하고 있다.

매케인이 지난 주말 뉴멕시코주 유세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이라고 말하자 군중 사이에서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라는 반응이 나왔고, 이어 '매케인' 연호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 역시 지난주 버지니아 리스버그 유세때 "만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고 하자 유세 군중 속에서 '됐을 때(When)'라는 외침이 흘러나왔다.

유세 군중은 후보의 단정적이고 자신감있는 표현을 갈구하고 있는 반면, 후보들은 신중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군중을 향해 "아닙니다. 나는 미신을 믿습니다.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닭의 머릿수를 세는 일은 안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부화한 닭 숫자 세기'가 미국 대선의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오바마 캠프에서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자'는 식의 극도의 경계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은 승자를 좋아하지만,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싫어한다"면서 아무리 이긴 게임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축구선수들의 모습에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매케인 진영에서 오바마측의 차기 정부 구상이나, 당선 축하연 등을 빌미로 빠른 축배를 들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로서는 '조심 또 조심'을 스스로와 캠프에 주문하고 있다.

자칫 지나친 자만심이 유권자들의 비위를 상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거 당일 지지자들이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기권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오바마 캠프의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는 우리쪽이 10% 포인트 뒤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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