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즐거움을 주는 생얼
한때 국민MC 유재석의 생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안경을 벗고 드러낸 쾡한 나안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박장대소를 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개그맨이라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그리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전쟁같은 일상을 치러내고 휴일 한나절을 TV앞 쇼파에 누워 머리를 비우고 킬킬대며 한주일을 버텨낼 에너지를 얻어가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과감히 스스로를 내던지는 모습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재석의 생얼 공개는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scene #2 위안(?)을 주는 생얼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우즈벡 출신의 고려대 유학생 구잘씨의 모습입니다. 화장을 하고 스튜디오에 앉아있을때의 얼굴과 평소의 얼굴이 상당히 많이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이 사진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연예인 급의 미녀도 사실은 평범한 사람과 별 다를바 없구나라며 모종의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은 역시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라는 거겠죠.
scene #3 결코 보여주지 말았어야 할 생얼
연예계의 생얼 공개 열풍에 뒤쳐지기 싫어서였을까요?
유인촌 장관도 최근 과감하게 자신의 생얼을 공개하고 나섰습니다. 매서운 눈매와 과격한 손짓, 욕설이 섞인 실감나는 대사까지..
확실히 연기자 출신 장관의 자기 표현에는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대통령의 '졸개', '휘하'라는 말이 얼마나 거슬렸으면 지난 35년동안 이미지로 먹고 살아온 이미지 메이킹의 달인께서 한순간에 무너지졌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번 생얼을 통해 드러난 유 장관의 mentality는 최소한의 이해마저도 즉각 철회하도록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반말도 좋고 욕설도 눈감아줄 수 있다고 봅니다. 유 장관도 다혈질 한국인인지라 "성질 뻗치면" 반말도 깔수 있고 욕설도 할수 있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찍지마"라는 얘기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더라도 참았어야 합니다. 기자들이 양촌리 김회장댁 둘째아들 용식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던게 아닙니다.
당시 카메라는 대한민국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장관 유인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언론에 대해 "찍지마"라니요.
국정의 역사를 기록하는 현장에서 찍지마라는 발언을 내뱉을 수 있는 mentality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된 걸까요.
기자로서가 아니라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세금 내면서 나름 성실하게 살고 있는 납세자이자 국민으로서 정말 신기한 동시에 어이없기 짝이 없습니다.
유 장관은 자신을 향해 터지는 플래시들이 연예인의 사생활이 뷰파인더를 들이대는 파파라치들의 그것으로 보였던 걸까요.
무심코 쌩얼을 공개하고 말았던 유 장관은 실수를 깨달았는지 황급히 화장분을 곱게 바르고 오늘 대 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 4 '생얼'의 무게
위에 열거한 사례들 처럼 연예인의 생얼은 때론 웃음을 때론 친근감을 줍니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생얼을 공개한다고 해서 프로정신이 없다거나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그들을 타박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열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국의 장관이라면,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비상식적인 생얼 공개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물론 유 장관도 이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장관의 격에 맞지 않는 생얼은 결코 보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겁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생얼을 공개했던 연예인들이 다시 make-up을 하고 한껏 만들어진 이미지를 뽐내더라도 시청자들은 알면서도 언제든지 속아주겠지만, 적나라한 생얼을 공개하고 후다닥 화장분을 바른 유 장관에 대해서도 과연 그럴까 하는 점입니다.
유 장관의 생얼은 단순히 안경을 벗거나 화장을 지우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생얼에는, 생얼의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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