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긴급히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세자릿수로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면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상황 인식에서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주말 뉴욕뿐 아니라 유럽증시가 폭락해 그 여파가 한국의 금융시장까지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긴급 금통위 소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중소기업과 일반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등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시장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적극 강구키로 했다.
◇ 기준금리 인하 전망
이번 금통위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안건이 하나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다양한 처방책이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우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이달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최근 심각한 원화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고 치솟는 시장금리를 안정시켜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여러 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 0.2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금융시장에 충격요법을 쓰기 위해 0.5% 포인트의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은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환율이 1,400원대로 폭등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리 인하는 곧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다른 선진국들이 0.5% 포인트씩 금리를 내린 데 비해 한은은 0.25%포인트만 내렸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환율 문제가 있어서 0.5%포인트씩 내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급준비율 인하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번 금통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수지개선에 다소 도움을 주는 것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을 통해 받은 금액 중 일부를 고객이 찾아갈 때를 대비해 한국은행에 맡겨 놓는데, 이 것이 지급준비금이다. 지급준비금을 쌓는 비율을 낮추면 자금 공급자인 은행의 대출능력을 확대하는 등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생긴다.
한은 금통위는 2006년 11월 23일 정례회의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지준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한편, 장기저축성예금의 지준율을 1.0%에서 0.0%로 내린 바 있다.
◇ 은행채 RP대상에 포함시킬 듯
금통위가 은행채 매입을 결정할 가능성도 크다.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은 한은에 은행채를 매입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올 연말까지 25조 원 상당의 은행채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은행채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금리가 치솟고 이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급등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덩달아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됐었다. 현재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증권은 국고채, 통안증권 등이지만 이날 금통위가 관련 규정을 고쳐 RP대상 증권을 확대하면 은행채 매입이 가능하다.
금통위가 논의해 의결할 사항은 아니지만 한은 집행부가 외화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엔 환율도 100엔당 1,490원대로 폭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엔화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은 주로 원화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아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들이나 개원 의사, 변호사 등 개인사업자들이 운전자금 용도로 빌리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한은이 지난해 외화대출 용도제한을 하면서 운전자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 주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3월 민원이 잇따라 한차례 만기를 연장해줬으나 최근 원. 엔 환율이 무섭게 치솟자 엔화대출자들은 추가 만기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대출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되나
임시 금통위를 통해 추가 금리 인하나 은행채 매입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권순우 실장은 "만약 임시 금통위를 열었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장 불안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현안과 관련한 실질적인 액션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일단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오면 우리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구원의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은행채 매입을 결정하면 금융권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오면 가계부채 등 시장 전반의 문제를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 불안은 글로벌 신용경색과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어서 금통위의 이런 조치들이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위원은 "한국의 불황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