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한화가 무리 없이 인수대금을 납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쟁자였던 포스코나 GS, 현대중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자금력이 약점으로 꼽혔던 한화가 6조5천억원 안팎에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하자 한화의 자금조달 능력과 관련해 각종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생명 지분 매각,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다고 해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현금을 마련하기는 시간이 빠듯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한화 "시장상황까지 고려해 써낸 가격"
한화가 써낸 입찰 가격은 6조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향후 가격 조정 협상에서 최대 조정폭인 8%가 깎일 경우 약 6조원에 달한다.
당장 다음주 말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입찰금액의 5%인 약 3천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하고 12월초 본계약을 맺으면서 최종 인수금액의 10%인 약 6천억원을 계약금으로 내야한다.
잔금은 현금으로 내야하며 공정위나 당국의 승인을 받아 계약이 모두 마무리되면 연말이나 내년초께 주식과 일시 교환해야 한다. 산은에서는 연내에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한화에서는 일단 해를 넘기고 잔금을 내고 싶어한다.
한화는 본입찰에 참가하며 2조원에 이르는 보유 현금 및 유동자산을 동원하고 비상장 계열사를 공개해 3조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대생 지분 21.36%를 매각해 1조5천17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한화건설이 보유한 시흥시 군자매립지 매각 및 개발을 통해 2조원을,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2조원을 각각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강기수 부장은 "시장상황 변화를 고려해서 감내할 수 있는 범위의 가격을 써냈다"라며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자체 보유자금이 2조원이 되고 부동산도 있으며 대생도 당초 계획한 주당 1만원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그룹의 자산규모가 65조원에 달하고 오랜 기간 인수합병(M&A)이 없었기 때문에 현금도 꽤 많고 대생 가치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화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 산은 정인성 부행장은 "입찰 제안서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확약한 점 등을 볼 때 최근 금융시장이 어렵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여건 악화..대생 매각 원활할까
한화그룹이 장담하는 것과 달리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일단 은행 등 금융권에서 1조5천억∼2조원을 차입해야 하는데, 은행들도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원화 유동성 비율 맞추기가 빠듯하고 정부가 지급보증까지 서는 상황에 특정 대기업에 거액을 넣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잔금 납부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좀 나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연말까지는 대출 여력이 없을테고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조금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생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미심쩍다는 반응을 사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와 한화건설, 한화석유화학이 보유한 대생 주식을 10%(7100만주), 10%(7100만주), 1.36%(970만주)씩 주당 1만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JP모건에 업무를 맡겼다.
한화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고 국내보다는 외국계 투자자를 선호하는데, 문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느냐다.
국내만해도 금호생명, 유진투자증권 등이 여러 금융회사가 매물로 나와있는 데다 대생은 경영권이 포함되지 않아 매력이 떨어진다. 또 상장된 주식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주식을 선뜻 사려 할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려 애쓰는 중이고 보험사들 사정도 녹록지 않다.
또 투자자를 찾는다 해도 한화가 기대하는 것보다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커보인다.
8월께만 해도 증권가에선 주당 1만원선을 적정 가격으로 평가했지만 최근 국내외 증시가 대폭락한데 따라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잔금 납부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국민연금 등 여러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부동산이나 대생 지분 매각 가격을 낮추거나 일시 유동화하는 방법을 동원하면 대우조선 인수대금 납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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