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정씨의 고시원 방안에서 전혀 훼손되지 않은 일기장을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소방수에 젖은 일기장 3권과 불에 일부 훼손된 공책 등을 압수해 이날까지 건조 작업을 벌여왔다.
2005년부터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일기장은 스프링이 달린 공책으로 검정과 빨강, 청색 볼펜으로 막연한 공상과 신변 비관, 범행 각오 등을 담은 내용을 빼곡하게 담고있다.
경찰은 일기장에서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잘못됐다. 몸과 두뇌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등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내용과 "사람들이 싫다. 이제는 마무리할 때가 됐다" 등 범행을 각오하는 내용을 찾아냈다.
정씨는 "이제는 내 마지막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필사의 항쟁뿐"이라며 "신이 내게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난 복권 100억 원 당첨보다 이 지구를 우주의 먼지로 폭파시켜달라고 할 것"이라며 세상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또 "누님 4명의 나이는 모두 3년 차로 계획적으로 태어났지만 나는 아버지가 46세, 어머니가 38세 때 낳아 셋째 누님과 9년이나 차이가 난다"며 "나 같은 태생은 결국 이렇게 끝난다. 있는 듯 없는 듯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적어놨다.
경찰은 정씨 내면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담은 기록이 발견됨에 따라 이를 정밀 분석하면 범행 동기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에게 예전부터 강한 범행 의지를 품고 발전시켜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시원 투숙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시한폭탄'과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2005년부터 살인을 준비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고시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벌금 등을 낼 돈이 없어 '이렇게 살면 뭐하냐'라는 생각에 범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 있는 자신의 방 침대에 불을 지른 뒤 유독가스와 열기를 피해 복도로 나온 투숙자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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