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양상이 악화될 경우 1930년대 대공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최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60% 가량이 조만간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 대공황에 대한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공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위기 상황과 대공황 시절의 경제적 요건에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의 붕괴, 부동산 침체, 시민들의 빚 부담 증가, 소비 경제의 위축, 신용에 의한 주식 거래 만연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미국인이 대출받은 돈으로 '흥청망청' 소비해 왔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에 빠져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신용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신용 위기는 악화돼 왔고 거대 금융기관이 잇따라 도산했으며 주식 시장은 계속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인 수백만 명이 하루아침에 '절대 빈곤' 상태로 돌변했던 대공황 때와 지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공황과는 달리 일반 중산층들의 삶은 경기 침체나 금융 위기에 그다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고 있고 특히 지금 상황이 금융 위기일 뿐이지 경제 위기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게리 리차드슨 교수는 "금융 시스템의 혼란이라는 면에서 보면 대공황보다 더 심각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 시스템의 문제가 나머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때완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학자들은 대공황 시절과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잘 보여주는 경제적 통계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등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으로 6~7%에 육박,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공황 시절인 1933년엔 24.9%로 치솟았다.
당시 실업은 시민들에게 '절대 빈곤' 상황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직장을 잃는다 해도 실업 연금으로 버틸 수 있고 '맞벌이' 비중이 크게 높아져 부부중 한 명이 실업 상태가 된다 해도 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반감된다.
대공황 때는 많은 기업이 '과다 고용'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감원 규모가 엄청나 실업이 더욱 심각했지만 당시의 교훈 덕분에 기업들은 고용률 자체가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잇단 파산으로 인한 후유증 면에서 대공황 때와는 강도가 매우 다르다.
은행이 망해도 일반인들이 자신의 예금을 1인당 25만달러까지 보장받고 있지만 대공황 때는 시민들이 한 푼도 건지지 못해 거리로 나앉게 됐었다.
경제를 떠받치는 기본 근간이 되는 가계 소비 부문은 대공황 시절 거의 밑바닥 수준으로 가라앉았지만 현재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적 붕괴로 이어진다고 볼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모기지는 1930년대 도시 가구 절반 이상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20가구중 1가구가 주택 담보물 유실 상태에 빠져 있었다.
반면 지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닥쳤지만 이는 전체 가구의 14%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고 전체 가구 3분의 1 이상은 주택 관련 대출이 전혀 없다.
정부의 재정 정책에서도 1930년대 당시엔 금본위 통화 정책으로 금리나 환율의 유동성에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가 직접 민간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위기 개입 수준이 다르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공황 시절까지 연상할 필요야 없겠지만 지금의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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