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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살인' 부상자들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잔악 행위 악몽에 고통 호소…"상처딛고 평온 되찾고파"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당시 피의자 정모(31)씨와 맞닥뜨려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악몽을 떨쳐내지 못한 듯 고통스런 표정이었다.

21일 서울 영동세브란스 입원실에서 만난 중국동포 장채옥(41.여)씨는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옆구리를 심하게 다친 탓에 내뱉는 말한마디조차 힘겨워보였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침상에 누워있던 장씨는 담당 형사의 질문에 얼굴만 찡그리며 제대로 답변을 못하다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간병을 맡고 있는 장씨 언니(44)는 "어제 받은 충격으로 동생이 거의 말을 하지 못한다"면서 "가끔 기력을 차리고 얘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그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고 전했다.

장씨 언니는 "동생은 불이 난 순간 복도로 뛰쳐 나왔다가 바로 앞에 있던 피의자와 마주쳐 흉기에 옆구리를 깊게 찔린 것으로 안다"며 "찔린 다음 도망치면서 복도 양측에 몸을 부딪혀 팔꿈치 등이 다 까졌다. 도망치다가 자리에 쓰러진 것 같은데 그 뒤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다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3년전 한국에 먼저 들어왔던 내가 동생에게 함께 살자고 권유해 올 3월에 동생이 한국으로 왔다. 제발 동생의 몸이 어서 낫기를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건당일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팔을 찔려 연세SK병원에서 치료 중인 장종환(29)씨는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장씨는 "그날 4층 방에서 컴퓨터를 하며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 창 밖을 내다보니 누군가가 떨어져 있었다.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도 잘 되지 않고, 방안에 연기가 새어 들어오니 그저 도망가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방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무조건 내달렸지만 얼마 못가 검은 옷에 사납게 생긴 흉기를 든 피의자와 마주쳤다고 했다.

'무작정 앞으로 뛰자'고 결심한 장씨는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팔을 찔려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피의자 옆을 빠져 나와 아래층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자신의 몸을 굴렸다.

장씨는 "일단 3층으로 내려오는데 성공하자 눈앞의 연기와 온몸의 통증 때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후에는 겨우 겨우 걸어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치를 떨었다.
고시 준비로 최근 D고시원에 입주했다는 장씨는 "나를 비롯해 모두 너무나 무서운 경험을 했다. 어서 상처를 딛고 평안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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