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노조원 해고사태와 환율 등 경제문제로 정기국회 내내 수세에 몰리던 한나라당이 지난 14일 대반격에 나섰다. 꺼내든 카드는 '쌀 직불금 전면 재조사'. 노무현 정권 때인 지난 2006년, 청와대가 감사원으로부터 쌀 직불금의 문제점을 보고 받고도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를 은폐했고 그 결과 수천억원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봉화 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신청문제로 고전하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상대방이 날린 화살을 되받아 쏜 셈이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중반으로 접어든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이후 직불금 문제가 될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4만여명이 쌀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공직사회부터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 거기에 상속이나 매매 등 여러 이유로 농지를 보유한 지역구 의원들까지... 이른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주요 인사들이 망라된 사태에 세인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반전의 효과는 여기까지였다. 불씨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의원 2명의 직불금 수령 사실이 터져 나오면서 한나라당의 반격은 여지 없이 기세가 꺾였다. 의원 2명 모두 나름대로 이유를 대며 억울함으로 호소했지만 성난 농심과 민심은 싸늘했다. 사람들은 불법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 힘들게 사는 농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마련된 재원을, 살 만큼 사는 사람들이, 그것도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타갔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한나라당은 쌀 직불금 문제가 전 정권의 정책실패임을 강조하며 부당 수령금 환수와 제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갔다. 당연히 뒤 따를 것으로 예상했던 야당 인사들의 직불금 수령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여당 의원들만 몇몇이 추가로 거론됐다. 사안별로 색깔 차이를 보였던 야3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한 목소리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거부하자니 뭔가 캥기는 게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를 수용하자니 자칫 정쟁으로 번져 여당만 잔뜩 상처를 입고 끝날 수 있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내부 불만도 커져 갔다. 여당 일각에서는 괜히 일을 벌려 자기식구들만 상처를 입혔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또 전 정권의 실정을 겨냥했다고 하지만 공직사회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결국 현 공직사회를 요동치게 만들어 MB 정권에 부담만 안겼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자 홍준표 원내 대표는 지난 1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제의 본질은 노무현 정권 시절의 잘못된 제도를 고치고 환수금을 받아 멍든 농심을 달래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사건 처리가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되서는 안된다며 내부동요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사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18일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피할 이유가 없다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다만 쌀 직불금 부정 수령에 대한 정부조사와 후속조치를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말해 전제를 달았다. 대응기조를 공세로 바꾼 것이다. 야당과의 명분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수정인 셈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용은 이틀 전 기자간담회 때와 바뀐 게 없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한다면 참여정부의 은폐 의혹부터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격 목표를 분명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당이 참여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남탓만 하고 있다며 모든 의혹을 해소하려면 부정 수령자 명단부터 공개하라고 압박을 강화했다.
여당의 반격으로 시작된 쌀 직불금 논란이 여야 간 정면대결로 번지고 있다. 한바탕 정치공세와 진실공방이 당분간 국회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누가 이기고 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에서 말했던 것처럼 "멍든 농심과 국민의 뜻을 살피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치는 게" 본질이다. 잊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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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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