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시장의 불안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외화 및 원화 유동성 해소, 중소기업 지원, 증시 안정책 등 여러 부문에 대한 종합 처방을 내놓은 점도 정책 효과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가 본질적으로 해외 요인에서 비롯된 데다 실물경기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어서 이런 부분에서 개선의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 대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이번 대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진정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금융시장의 문제는 유동성 부족인데, 이번 조치는 정부가 적절하게 선제적 대응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외화 유동성 문제, 원화 유동성 문제는 바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차단해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부족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시기적으로 늦었다, 빠르다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 늦었다 해도 지금이라도 빨리 할수록 좋다.
그러나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나름대로 면밀한 시나리오를 짜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 그때그때 대증처방을 내리는 것보다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정책 수단별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 될 수 있는 게 증시다. 펀드런 상황이 일어나면 원화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펀드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또 기업의 자금 수요를 원활히 충족시켜 대금 결제가 제대로 되도록 해야한다.
◇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대부분 언급됐던 내용들이 이번 대책에 들어간 것 같다. 외환, 국내 유동성, 주식 시장 등을 두루 망라하는 종합적인 대책이다. 이런 패키지 형태의 일괄 정책을 내놔야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조치가 불안 상황을 완전히 종식시킨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외화 차입의 경우 정부가 보증해준다고 해서 쉽게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 금융기관에 돈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신용이 낮아서가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경색 때문에 차입을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보증하면 차입 여건이 좋아지겠지만 100%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한 해소되는 방향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액 공제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가가 빠지는데 투자자가 펀드를 사지는 않는다. 펀드 투자는 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조치로 주식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는 못한다.
이런 것과 함께 실물경제 상황이 안정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영향을 줄 수 없는 해외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크게 없다. 다만 후속조치로 실물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의 금융 불안의 핵심은 외화 유동성이다. 그로 인해 원화 유동성도 꼬이고 있다. 일차적인 해법을 외화유동성에서 잡고 순차적으로 원화 유동성, 주식시장 대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대책 발표가 다소 늦은 부분은 아쉽다.
국내 금융 불안의 30%는 국내적 요인, 70%는 해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자체적으로 달러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해외 쪽에서 달러가 부족하다. 환율 1,200원 이상은 해외 쪽 요인에 의한 것이다.
해외에서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주로 부동산 PF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번주 부동산대책까지 마무리된다면 대내적으로는 할 만큼은 한 것으로 보이고 해외 쪽이 얼마나 나아질지를 봐야 한다.
일단 대내적으로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보유 달러를 팔려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음달 중순부터 미국 구제금융이 본격 시행돼 해외 사정이 나아지는지를 봐야 한다. 일단 단기적으로 대내적인 대책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일단 현 단계에서 이 정도 대책이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상황은 실제로 우리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이 많다거나 자본잠식이 됐다는 차원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대책의 초점을 '유동성 공급'과 차후 신뢰 붕괴에 따른 신용경색을 막는 데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중에 실물경제가 정말 좋지 않다거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신용 대책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대책만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것인지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금융 불안은 우리 내부적인 일이나 실물경제 문제의 영향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자체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정도와 기간 등에 따라 국내 상황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번에 발표한 은행의 해외차입 보증 이외에도 기존 대책에서 외화유동성 공급을 계속 발표해왔다. 달러 유동성 만큼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자꾸 한국을 때리는 데는 금융불안이 국내에서 증폭된 측면도 있다. 9월 위기설,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 등에 대해 대내적으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외부에서도 그런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안정 못지않게 대내적인 안정도 중요한데 최소한 외화유동성 측면에서는 이번 대책이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다만 차후에 실물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글로벌 금융불안은 세계 공조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금융부문의 불안 심리가 내수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미국이 구제금융안 7천억 달러를 마련하면서 감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도 함께 언급했는데 우리도 이런 추세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오늘 나온 조치들은 금융시장의 '신뢰의 위기'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에는 충분히 기여할 것으로 본다.
더구나 이번 조치로 정책 수단들을 모두 소진한 것이 아니다. 규모를 늘려 유동성 공급을 추가로 할 수도 있고, 금리나 재정 정책을 얘기할 수도 있다. 이번엔 외화 유동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 추가 대책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고 남겨놔야한다.
이번 조치는 일단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시장 인식에 동의한 것 같다. 꼭 환율을 내리라는 게 아니라 변동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은행들에 비해 외화차입 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환율도 내릴 것이다. 그 다음에는 실물경기에 대해 적극적 정책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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