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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안정대책, 위험수위 달러가뭄 해소될까

정부와 한나라당이 19일 국내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달러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화자금 시장에 달러가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정부와 은행들은 장기전에 대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때와같은 국가부도 상황이 아님에도 은행 빚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는 것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급보증한 은행이 무너질 경우 고스란히 국민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 달러 가뭄 해갈에 '단비'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발생하는 은행의 신규 대외 채무에 대해 3년간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기존 채무는 만기가 돼 차환할 경우 그때부터 3년간 지급을 보장해줄 예정이다.

지급 보증을 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은행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가 대신 빚을 갚아주겠다는 의미다. 돈 떼일 염려가 사라졌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국외에서 차입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대한 신용도도 높아져 차입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해외차입 때 우리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역차별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미 호주가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 보장을 선언한데 이어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급 보장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동참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동호 국민은행 자금부장은 "다른 국가들은 지급 보장을 해주는데 한국만 해주지 않으면 달러가 정부 보증이 있는 곳으로 옮겨갈 우려가 있다"며 "이번 조치로 이런 우려가 불식돼 동등한 조건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에 대한 대출을 꺼렸던 외국은행들이 정부 보증을 믿고 외화자금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국내 은행들은 단기 해외차입마저 어려워 외화자금시장에서 오버나이트로 불리는 하루짜리 외화자금에 의존해 왔다.

달러 품귀 현상이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은행들은 수출환어음 매입 등 수출입 관련 영업이나 외화대출 영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고 기업들도 피해를 봤다.

은행들은 1년 물까지는 아니더라도 3개월 물 차입만 이뤄지더라도 극심한 외화자금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는 연말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정부 지급 보증이 3년인 만큼 시장상황을 봐서 중장기 차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 원.달러 환율 불안 완화 전망

정부는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해 수출 중소기업과 은행에 2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외환 스와프시장에도 100억 달러 이상을 더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외화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은 별개지만 최근 두 곳 모두 달러 품귀 현상을 겪었다. 외화자금시장은 국내 은행이 외국은행에서 외화를 차입하는 시장으로 만기는 주로 1년 이하이며, 외환시장은 외국환 은행들이 달러를 사거나 파는 시장이다.

정부가 외화자금 시장에도 외화를 추가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외환시장에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최근 환율 급등락 장세가 심해 하루아침에 진정되지는 않겠지만 진폭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가능한 대책을 대부분 내놓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도 한동안 관망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불안정한 환율 움직임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 김현욱 연구위원도 "이번 조치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외국은행들보다 외화차입 여건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환율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전 대비해야..외교력 필요

그러나 세계적 신용경색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외국 은행들의 한국 자산 매각과 자금 상환 요청이 한동안 누그러질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자금을 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올해 바젤Ⅱ 도입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하락을 막으려고 외국은행들이 연말 자금 상환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은행의 지급보증 외에 외교력을 발휘해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 지급보증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신용경색의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외화자금 경색의 완화에 도움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현재 외화자금시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서 연말을 넘긴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채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 등을 담보로 맡겨서라도 미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 도덕적 해이 논란일 듯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를 지급 보증하기로 한 데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자산경쟁의 하나로 외화대출 등을 늘리려고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차입을 해온 측면이 많았다.

또 은행간 신용등급이 다른데, 정부 지급보증 때문에 은행들이 똑같은 조건으로 차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에 하나 은행이 채무를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 빚을 국민의 혈세로 갚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부작용을 우려하기보다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은행들도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외화운용 대부분은 수출입 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은행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이를 줄이면 되기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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