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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차 굴리려 순찰차 STOP?

경찰차 기름값 전용 심각

지난 15일밤 10시쯤, 전 서울 모 경찰서 주차장에서 잠복중이었습니다. 회사 로고가 붙어 있지 않은 취재차량 속에서 4시간 반째 경찰서 정문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죠. 옆좌석에서는 저와 3년 전 보도제작팀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는 VJ 최지웅 군이 카메라를 숨긴 채 대기중이었습니다.

이윽고 서장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의경이 운전하는 관용차에 몸을 실은 서장.

"따라갑시다."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뭔가 흥에 겨운 듯 창문을 열고 손가락을 흔들어 대며 장단을 맞추는 서장. 관용차가 멈춘 곳은 서울의 모 오피스텔 앞이었습니다. 허겁지겁 차밖으로 뛰쳐나와 기분 좋은 듯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던 서장을 붙잡았죠.

"서장님. 지휘차량(서장의 관용차)으로 어디오신 겁니까?"

"누구세요?"

"SBS 기자인데요, 업무상 쓰는 차로 어디오신 겁니까?"

".............후배 생일이라 잠깐 선물만 전해주려 왔어요. 퇴근한게 아니니까 사적으로 차 쓴게 아니에요. 다시 서로 돌아갈거에요."

"그런데 술 드셨죠?"

"............소주 먹었습니다."

지휘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게 아니라면, 업무중 술을 마신걸까요?

이렇듯, 이 서장 뿐만 아니라 전국 일선서의 서장에게 배정된 관용차는 출퇴근이나 개인약속 등에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규정은 어떨까요? 공용차량 관리규정 제 10조 2항의 문구는 이렇습니다.

'각급 행정기관의 차량은 정당한 사유없이 사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며, 공무용차량임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후배에게 선물을 전해준다거나, 술자리에 간다거나, 매일 출퇴근 하는 것은 사적인 용도일까요, 공무일까요? 서장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친한 서장 한 명은 출퇴근만은 예외로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김 기자. 사실 서장 차량에 무전기가 붙어있거든. 지휘자인 서장에게 실시간으로 작전 진행상황 보고가 들어오는거야. 특히 출근시간은 크게 상관 없는데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퇴근시간 때는  아무리 가까운데 가더라도 무전을 듣기 위해 관용차를 탈 수밖에 없어"

사실 서장들에게 배정되는 차량은 규정상 장차관들이나 일부 정부부처 국장들에게 배정되는 '전용차'가 아닌 '지휘차'로서, 작전 업무에 사용하는 차량입니다. 관내 지역 내 공적인 업무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죠.

하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나머지 '꼬투리 잡는 기사'가 되는 것은 피하기 위해 '출퇴근'만큼은 기사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용차량 관리규정이 너무 모호해 어느 때 관용차를 쓸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치 않다라는 점을 감안하기로 한거죠. 하지만 서장들이 공무뿐만 아니라 사적인 용도로도 차를 굴리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한거고요.

자 그럼, 서장차에 들어가는 기름은 누가 대줄까요? 여러분이 예상하신 것처럼, 국민세금을 거둬 정부가 유류비 보조금조로 지불해줍니다. 올해 서장의 관용차에 지급된 유류비 보조금은 2백17만7천 원.

그런데, 서울시내 5개 경찰서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모든 서장이 6개월만에 이를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윤석 의원 국감자료)

**서장 관용차 유류비 지출 현황(3월~8월, 6개월간)
1위 남대문 경찰서 → 약 456만 원 지출
2위 영등포 경찰서 → 약 294만 원 지출
3위 서초 경찰서     → 약 281만 원 지출
4위 구로 경찰서     → 약 237만 원 지출

내용별로 보면 남대문 서장이 유류비 보조금의 2배 가까운 기름을 썼고, 다음은 1.35배를 쓴 영등포 서장 순이었죠. 그럼, 이미 보조금은 다 써버린 셈이니, 무슨 돈으로 기름을 넣어 관용차를 굴릴까요?

서장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기름 없다고 서장 차 못 움직이는 일이 있겠어? 그렇다고 자기 돈으로 차를 굴리는 서장이 있겠어? 다른 행정차량, 다른 차를 세워두는거죠"

여기에서 행정차량이란 순찰, 수사 정보용 등에 쓰이는 일선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차를 말합니다.

결국, 서장 관용차의 유류비 보조금을 초과하는 기름값은  일선 경찰관 차량의 유류예산을 전용해 충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서장의 월급명세서에는 매달 '교통보조비'라는 항목으로 14만 원씩 찍혀나옵니다. 기름값이 부족하면 이 돈이라도 보태는게 낫지 않을까요?

또 다른 서장에게 물어봤습니다.

"....그거 그냥 월급에 끼워져 나오는건데, 그 돈으로 관용차 기름을 넣는 서장은 아마 없을거에요..."

자 그럼 2백17만7천 원이란 유류비 보조금을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이 액수는 경찰청에서 L당 1천230원 기준으로 하루에 5.9L씩 사용해,  1년 중 300일을 차를 굴린다 가정해 산정한 액수입니다.

서장들의 관용차는 1600cc에서 2000cc 미만급.

연비 10Km/L를 가정했을 때, 5.9L면 대략 59Km.

서장들은 하루종일 관내 순시를 하러 돌아다니면 하루 100Km는 금방이라며, 유류비 보고금이 비현실적으로 적다고 말합니다. 일단 지난달 평균 휘발유 소매가가  L당 1천716원이니, 1천230원이라는 산정 기준이 비현실적인 것 만큼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서장차 한 대당 매년 117만 6천 원의 수리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수리비가 남으면 유류비로 합법적인 전용이 가능하죠.

수리비를 유류비에 보태지 않으면 매달 18만 원, 수리비를 유류비에 모두 보탠다면 한해당 335만 3천 원이니 매달 28만 원의 기름값을 보조받는다는 건데.. 보조금의 액수가 적냐, 많냐는 이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서장차 기름값을 대주고 있는(?) 애꿎은 일선 경찰관들은 어떨까요? 한 강력계 형사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일단 경찰서 지원으로 기름 넣고, 부산에 있는 범인 잡으로 갔단 말이야. 그런데 돌아올때 기름값 10만 원은 이미 유류비 예산이 동 나서 지원이 안 된다네... 결국 내 호주머니 돈으로 채워넣었지."

치안 일선에서 활약하는 경찰 계급은 보통 순경에서 경사까지라고 가정합시다. 순경 1호봉이 89만 5천200원, 경사 31호봉이 234만 8800원의 월급을 받습니다. 1호봉 174만1천600원에서 28호봉 332만400원을 받는 서장(총경)보다는 아무래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겠죠.

넉넉치 않은 형편에 기름값을 매번 자기 돈으로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선 경찰관들은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순찰차나 출동용 차량을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두는 일이 허다합니다.

기름값이 금값이라는 요즘, 경찰에게도 그 부담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서장차를 굴리려 일선 경찰관들의 출동차량은 세워둬야 하는 현실. 게다가 공과 사를 구분 못해, 상식수준 이상으로 관용차를 개인용도로 쓰며 기름을 낭비하는 일부 서장들. 들쑥날쑥 요동치는 기름값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정부의 비 현실적인 보조금 책정.

이 때문에 우리 경찰력의 치안력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사건.사고현장을 누비며 꼼꼼하고 매운 맛의 기사를 전해주는 김형주 기자는 2004년 공채로 입사해 주로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의 김 기자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젋은 기자가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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