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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보여야 다리를 쏘지

중국 어선 단속하는 해경들의 고충

최근 우리 영해를 넘어 온 중국 어선들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속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펴보기 위해 연평도에 다녀왔습니다. 해경의 도움을 받아 500톤급 경비정에 동승했습니다. 물론 그 배를 타기 위해 공기부양정과 100톤급 경비정을 갈아타야 했지요.

나포과정을 보겠다고 동승하는 기자나 PD들이 간혹 있는데, 때에 맞춰 중국 어선이 잡혀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됐습니다. 힘 들이고 돈 들여서 출장까지 갔는데, 밋밋한 뉴스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도 '꽝이 날 때 나더라도 일단 현장에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팀웍이 잘 맞는 영상 선배도 선뜻 취재에 나서 주셨습니다.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원래는 월요일 새벽에 출발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전 날 몸이 좀 아파 화요일로 하루를 미뤘더랬죠. 시경캡은 '어지간하면 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조금 부대끼긴 했지만 약을 사 먹고 배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 땐 배를 그렇게 오래 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배를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파도가 높지 않아 배멀미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을 동승해도 꽝이 난 경우가 있다는데 저희 팀은 참 운이 좋게도, 이 날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 중 한 척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붙잡힌 중국배는 20톤급 '요단어'호로 연평도 남서방 10마일 해상에서 조업 중이었습니다. 배에는 선장을 비롯해 중국인 선원 8명이 타고 있었는데, 쉽게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저항하지는 않더군요.

                       

요근래 TV에서 자주 보셨겠지만, 중국 선원들이 어떤 경우에는 단속을 위해 배에 오르는 우리 해경에게 둔기를 휘두르며 공격합니다. 어느 때 그럴까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바다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다소 헷갈릴 수 있는 용어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EZ든 NLL이든.. "일단 넘고보자"

우선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부르는 EEZ(exclusive economic zone)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 모든 자원에 대해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해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구역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은(물고기, 석유, 미역, 돌맹이 등등) 우리 꺼라 이거죠. 그니까 이 안에 있는 걸 몰래 가져가면 도둑질이 되는 겁니다.

1 해리가 1.8 킬로미터 정도니까 (정확히는 1,852m) 거리로는 연안으로부터 37만 킬로미터 정도가 됩니다. (370,400m)

다른 나라 어선이 이 구역 안에서 조업을 하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만약 이를 위반하게 되면 나포되어서 처벌을 받게 되는 거죠.

'북방한계선'인 NLL(northern limit line)은 북한과의 사이에 있는 해상한계선입니다.

1953년 7월 27일 육상 경계선을 설정한 정전협정 직후에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의 협의 없이 설정해서 북측에 통보했죠.

그래서 지금도 북한은 NLL 아래도 자기 수역이라고 우기며 NLL을 넘어와서 가끔 우리 군과 충돌을 빚곤 합니다.

                    

중국 어선들이 특히나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는 곳은 이 EEZ나 NLL의 경계선 부근입니다.

EEZ를 넘어가면 우리 해경이나 해군이 법적으로 중국 어선을 나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NLL은 북한 해군과 문제가 되니 우리가 넘어갈 수 없는 거고요.

보통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에서 조업을 하다 나포되면 해경에 3천만원~5천만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벌금인 셈이죠.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이 돈은 꽤 큰 돈이기 때문에 삽이든, 곡괭이든 뭐든 있는대로 휘두르고 집어던지고 하면서 '경계선'을 넘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겁니다. 이번 박 경위 사건도 그래서 일어난 거고요. 

                   

우리 해경은 왜 총을 못 쏠까?

중국 어선이 발견되면 보통 리브라 불리는 고무보트에 해경 대원 8~10명씩이 타고 리브 두 척 정도가 출동을 하게 됩니다.

쏜살같이 도망가는 중국 어선을 바짝 쫓아가서 어선 옆에다 리브를 붙이고 배에 올라가 선원들을 붙잡죠.

보통 어선 한 척당 선원들이 10여명 정도 타고 있는데 출동한 해경은 이 중 반절은 우리 경비정에 옮겨태웁니다.

그리고는 나머지 선원 절반은 중국 어선에 태운채로 해경대원 4, 5명이 통제해 우리 해역으로 끌고 옵니다.

리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해경이 타는 리브 높이는 2미너 내외입니다.

그런데 중국어선의 높이는 2미터보다 훨씬 높다 보니까 단속하러 가는 해경이 선원들을 올려다보는 상황이 됩니다.

경찰 규정에는 경찰관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 허벅지와 같은 부위에 실탄을 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일단 배위에 있으니 다리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파도가 치기 때문에 조준 사격을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냥 배에 올라타는 것 조차 힘이 들 정도니까요.

해경 입장에서는.. 발포를 해서 중국 선원이 죽게되면 과잉진압이네 어쩌네 하는 말들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서인지 되도록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방법들을 사용해 왔습니다.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라도 한다면, 잘해야 본전이 될 일을.. 나서서 하는 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중국 어선들은 '한국 해경들은 절대 총을 쏘지 않는다'면서 삽, 칼, 곡괭이 등을 마구 휘둘러 댑니다.

지금이야 박 경위의 희생 때문에 국민 감정이 우호적이지만 이런 내막을 자세하게 모르는 경우엔 언뜻 '과잉진압'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이래저래 해경의 입장이 참 난처해 보였습니다.

                    

단속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휘두른 사람들은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구속됐습니다.

불법 조업만 한 경우에는 대부분 돈을 내고, 배를 압류당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데요, 이상하게도 이 압류한 배들을 처분하는 비용 일체를 우리 해경이 지불하고 있더군요. 상식적으로 어째 좀 이해가 안되죠.

때문에 이번 해경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습니다. 해경청장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입니다.

  [편집자주] '겸손과 존중'이 취재의 좌우명이라는 김요한 기자는 2006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섬세하고 끈질긴 취재력과 함께 수준급 실력의 '드럼' 연주까지 보도국의 팔방미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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