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룽장(黑龍江)성을 비롯한 중국 동북 3성에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국 중공업체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교육비와 기술훈련,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취업 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인들의 '코리안 드림'을 미끼로 공신력이 없는 엉뚱한 한국어 시험이 치러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고 무허가 인력 송출 회사들이 중국인들의 한국행을 유혹하고 있다.
헤이룽장 무단장(牡丹江)시에서 시작된 한국행 취업 사기는 모방 범죄를 일으켜 동북 3성은 물론 산둥(山東)성 지역으로 확산돼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고용허가제를 계기로 시작된 한국 취업 사기사건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조만간 이의 해결과 근절 방안을 한국 정부와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사기 = 헤이룽장성 무단장(牡丹江)시 공안은 취업 사기를 벌인 혐의로 베이징에 거주하던 한국인 이모씨와 중국인 2명을 체포해 최근 기소했다고 공안 소식통들이 12일 밝혔다. 공안은 또 중국인과 조선족 공범 7-8명을 전국에 수배했으며, 한국 경찰청은 중국 피해자들의 민원에 따라 한국내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씨는 무단장 일대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한 조선업체에 용접공으로 취업시켜 주겠다며 한국어 교육비와 용접공 훈련비 명목 등으로 1인당 2만-3만위안(400만-600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이씨는 조선족과 한족 10여명의 모집책들을 동원해 취업 사기를 벌였고 한국 조선업체의 고용 계획서와 한국 정부의 비자발급 인정서 등을 위조해 중국인들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최소 2천명으로 피해액은 2천만위안(40억원)에 이르며, 피해자들이 제출한 서류만 한 트럭분에 해당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문제의 취업 사기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의 중국내 실시를 위한 한-중간 양해각서가 체결된 작년 4월부터 시작됐다.
무단장 공안은 사기 피해가 커지면서 피해 중국인 2명이 자살하고 피해자들이 베이징으로 가 항의 소동을 벌이자 수사에 착수, 지난 8월 베이징으로 출장을 와 이씨와 중국인 2명을 체포하고 이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소식통들이 말했다.
또 선양(瀋陽) 일대에서는 한국의 다른 조선업체에 산업연수를 보내주겠다며 수백명을 대상으로 금품을 챙긴 또다른 취업 사기 사건이 발생, 공안이 한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엉뚱한 한국어 시험 = 고용허가제와는 상관없이 한국에 갈 수 있다는 말만 듣고 희망자들이 엉뚱한 한국어 능력시험을 치르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7월13일 지린(吉林)성 지린(吉林)시의 한 학교에서는 조선족과 한족 등 4천명이 세계한국말인증시험(KLPT)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KLPT는 외국인과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못한 해외동포 등의 한국어 실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고용허가제 주무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한국어능력시험(EPS-KLT)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나마 수험생들이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 치른 시험마저도 '짝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서울에 있는 KLPT 위원회는 다음날 웹사이트에 'KLPT 시험 악용관련 불법시험 주의안내'라는 제목으로 올린 공지사항에서 가짜 수험표 사진을 공개하며 "7월13일 시험은 본 위원회와 전혀 관계가 없는 불법 시험임을 밝힌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선양의 한 한국어학원 원장은 "지난해 선양에서는 한 한국인 브로커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보내주겠다며 한족과 조선족 등을 상대로 1천명에 가까운 인원을 모집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학비 등의 명목으로 받은 돈을 반환해주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의혹의 무허가 인력 수출회사 = 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에서는 작년부터 수백명의 한족들이 노무수출회사에 1인당 1천500위안(3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등록,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행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등록한 회사는 중국 상무부에서 고용허가제 취업인원 모집을 정식 인가한 4개 회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런에 거주하는 조선족 박(白)모씨는 "회사에서는 '정식 비준을 받은 회사를 통해 한국에 보내줄테니 일단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현재 상무부의 정식 비준을 받지 않고 취업 희망인원을 뽑아 수속비와 수강비 등 명목으로 미리 돈을 받아 놓은 회사가 여러 곳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한국인들이 여당 고위층과 친분을 사칭, "고용허가제 송출 쿼터로 3천명을 따냈다"며 동북3성 동포 언론에 접근해 합작을 제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동포언론사는 합작을 거절했는데도 이들이 계속 신문사의 이름을 팔고 다니자 결국 지난 9월 하순 사고를 통해 합작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베이징·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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