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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곳이 사라진다는 것

뒤늦은 무료급식소 철거 취재 후기

@ "밥을 못 먹게 생겼다잖아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신도림역에서 10여년 째 운영돼오던 무료 급식소를 철거하게 됐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침 보고를 위해 늘 보는 오늘의 집회 및 시위 일정에 각종 철거 반대 시위가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지라 만성이 된 본인은, 이 얘기를 처음 주워들었을 때도 그냥 '불법'건물이라 철거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더랬습니다.

그리고 선배와 함께 맛있는 점심 밥을 먹고 돌아오는데, 선택된 메뉴였던 감자탕이 하도 맛있어서 문.득. '밥' 먹을 곳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됐습니다.

밥은, 대충 때울 수도 있고, 진수성찬으로 장에 기름이 지도록 먹을 수도 있는 건데..하면서 맴맴 돌다가 왠지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먹는 그 밥은 까닭없이 절실할 것이라는 ,도덕을 배웠으면 당연한 생각을 잠시 해봤죠.

어차피 경찰서에 앉아있으면 심심하기 때문에, 생각난 김에 택시를 타고 신도림역에 도착! 어렵지 않게 급식소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직접 듣는 이야기는 막연했던 생각보다 가슴 아팠습니다.

멀쩡한 자식들이 있는데도 늙은 부모를 돌아보지 않아  한 시간씩 걷고, 지하철을 타서 밥을 드시러 오는 90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

아파서 거동을 못하는 남편에게 주려고 급식소에 와서 남들 눈치보며 밥이랑 반찬을 꼬박꼬박 싸가는 할머니.

그리고 급식소 원장님이 놓아주는 침에 고통을 덜어볼 수 있을까 해서 오는 사람까지.

그렇게 해서 매일 백여명의 사람들이 밥을 먹는 곳.

단순히 밥뿐 아니라, 내가 살아있고, 내 주변에 온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곳.

그런 공간이 없어진다니..

가슴이 그냥 탁.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구청에 찾아갔습니다. 당연히. 궁금해졌으니까요.

그 쪽에서도 나름의 입장은 있었습니다.

급식소가 있는 부지는 이미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고, 다른 장소를 물색할 시간도 충분히 줬는데, 안 나간다는 담당 직원의 설명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이해했다면 저는 기사를 쓰지 않았겠지요.

제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왜, 이전할 곳 또는 식사할 곳을 마련해 준 다음에 철거공문을 보내지 않았냐."는 겁니다.

구청직원은 못나가겠다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건 급식소를 '배신'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저는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발바닥에 불이 나고, 바짝바짝 애를 태우며 아무리 이전할 곳을 알아봐도, 행색이 초라한 노인들이 하루에 백여 명 넘게 오가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동네 공부 분위기 '망친다'고 싫다는데, 그렇게라도 시간을 벌고 싶은게 사람 심리 아닐까요?

기사가 나가고, 구로구청 게시판에 올라간 항의글과 제게 개인적으로 온 시청자들의 편지를 꼼꼼히 읽으며, 그 때 기사를 쓰기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였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어리고 한참 모자란 기자지만 내가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한 경험이기도 했구요.

아마 매일 누가 죽고 다치는 기사에 팍팍해졌던 가슴에 소낙비같은 경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

혹시 주변에 속상하고 가슴아픈 일이 있다면 제게 또 속삭여주세요.

늘 귀를 크게 열겠습니다.

  [편집자주] 2007년에 입사한 SBS 사회2부의 새내기 최고운 기자는 늘 밝은 웃음으로 사건팀에서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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