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와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원심대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10일 항소심 결과가 삼성의 향후 경영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가동한 지 100일을 갓 넘긴 가운데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정기인사, 서초동 '삼성타운' 이사 등의 굵직굵직한 일정을 남겨 놓고 있다.
삼성은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면한 데 이어 몇 년 동안 시달려왔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재차 확인받음에 따라 내심 적지않게 고무된 표정이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연말연초에 계획된 주요 경영 일정들이 탄력을 받을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외아들로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의 중심부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해외 근무 시기와 방식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삼성 재판'은 특검의 상고가 예견되는 만큼 12월 중순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그 때까지는 삼성의 경영 상황도 과도 체제 성격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삼성과 관련한 논란들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지 않는 한 삼성이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 경영 일정 탄력받나 = 항소심이 거의 원심대로 확정되고 일부는 원심보다 더 유리하게 선고됨으로써 삼성으로서는 일단 그룹 경영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1일 출범한 삼성의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는 약 100일이 지난 현재 큰 혼란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은 채 별다른 무리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와 국내 경제위기설,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중대한 경영상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은 채 계열사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항소심 결과는 계열사 주도의 경영이나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탄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로서는 삼성이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출범시켜 놓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재판'이 대법원에서 마무리되면 그 결과에 따라 삼성은 그룹의 경영 체제를 다시 한번 쇄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략기획실의 부재에 따른 문제를 보완하거나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 정기인사도 대법원 판결 이후 단행될 예정이나 이번 항소심 결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인사가 예년과 비슷한 시기인 12월 말이나 연초에 이루어질 것이며 규모도 평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대대적인 인사방침을 세웠다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태로 이를 미루었던 만큼 이번에 인사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경영 계획은 계열사별로 수립되고 있으나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거리다.
과거에는 계열사들이 일단 경영계획을 수립한 뒤 전략기획실과 이 전 회장이 이를 조정했으나 이제는 그런 조정기능이 사장단협의회, 투자조정위원회에 넘겨졌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서초동 이전은 재판 등으로 인해 당초 일정보다 늦어졌으나 마침내 연내에 새 사옥에 입주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삼성이 새로운 면모를 선언할지 주목된다.
삼성이 발표했던 경영쇄신책 중에 포함됐던 이재용 전무의 해외 신흥시장 근무를 통한 '백의종군'도 항소심이 끝남에 따라 구체화 단계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 재판 종결까지는 '과도기' = 그러나 삼성의 중대한 경영 일정이나 계획은 실행되는 데 있어 항소심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삼성 재판'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재계의 관측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경영권 편법 승계, 조세포탈 등에 관한 '삼성 재판'이 종결되지 않는 한 삼성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 등 삼성의 전현직 수뇌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한, 삼성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과감한 경영행보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향후 경영 일정들이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다소 탄력을 받더라도 삼성이 적극적으로 대내외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는 삼성과 관련한 논란이 대법원 판결과 함께 일단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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