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천연가스(LNG)의 도입.도매 시장에 경쟁체제를 마련하고 지역난방공사와 자회사 2개사를 민영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의 지분을 각각 40%까지 매각하기로 하고 한국전력은 조직 개편과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업계와 주민들은 도시가스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난방공사를 민영화하면 소비자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민간에 LNG 도입.도매 허용
정부는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도입.도매시장에 2010년부터 신규 판매사업자 허용을 통해 경쟁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우선 발전용 물량에 대해 경쟁체제를 도입한 이후 산업용으로 경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포스코와 SK그룹(K-파워) 등이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수입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물량으로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민간업체도 LNG를 직접 수입해 국내 LNG 수요의 43%를 차지하는 발전용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SK그룹 외에도 여러 에너지업체가 LNG 시장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LNG 도입.도매의 독점에 따라 낮은 가격에 원료를 도입할 유인이 낮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도시가스업계에서는 LNG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체제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LNG를 사올 때 가스공사가 단독으로 협상할 때와 국내 업체 여러 곳이 개별적으로 물량을 나눠서 사려 할 때의 가격이 달라진다"며 "경쟁체제 도입은 국내 수요 자체가 분산되면서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용 수요는 난방에 따라 겨울에 집중돼 가스공사가 겨울에는 스팟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도입해도 원가에 직접 반영하지 않지만 최대 수요처인 발전용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수요편차가 큰 가정용 수요가 남을 경우 가정용 소비자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단계적으로 산업용까지 경쟁범위를 늘릴 방침으로 대량수요처 이탈에 따른 가정용 도시가스요금 인상 우려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대량 수요처를 개방하면 도입도매사업자의 소매진출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매사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수직적 결합에 따른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 난방공 지분 49% 매각, 자회사 2개 민영화
정부는 지역에 난방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을 하는 지역난방공사와 자회사 2개사를 민영화하기로 했다.
난방공사는 올해와 내년 중으로 증시 상장을 통해 공공지분을 51% 이상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난방공사의 지분율은 정부 46.1%, 한국전력 26.1%, 서울시 14%, 에너지관리공단 13.8% 등이다.
다만 정부는 지분 매각 때 1인 주식소유 한도를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방안과 일정 지분 범위 안에서 지자체에 참여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아울러 지역난방 시장의 경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난방공사는 앞으로 신규 사업에 참여를 제한할 방침이다.
난방공사의 자회사로 고잔 신도시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안산도시개발과 송도 신도시에 공급하는 인천종합에너지의 지분은 올해 부터 매각을 추진해 완전 민영화할 계획이다.
난방공사는 1998년 7월에 처음으로 민영화 계획을 수립해 2000년에 안양과 부천지사를 민영화한 데 이어 상장을 추진했지만 난방공사 총투자비의 44%(1조3천904억원)를 공사비 부담금으로 낸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중단됐으며, 지난해에 다시 증시 기반 확충 차원에서 상장이 추진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난방공사의 납입자본금을 매각하는 것은 주민들의 투자비와 무관하고 열요금은 연료비에 연동하는 요금규제가 민간기업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민영화에 따른 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자회사의 경우 GS파워가 부천지사를 인수하고 나서 23.5%의 요금인상을 시도하다 주민 반대로 철회하고 최종적으로 11.4% 인상한 바 있어 민영화에 따른 요금인상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안산시의회가 최근 "안산시 조례에 따라 설립된 안산도시개발의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지자체 고유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안산시에 매각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민영화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 한전기술.한전KPS 민영화, 한전은 구조조정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주식을 상장해 1천500㎿급 대형 원전의 국산화를 끝내기로 한 2012년까지 지분 40%를 매각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중 상장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지분 20% 수준을 매각하고 2012년까지 20%를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전설계 분야를 독점하고 있어 민영화하면 국가 안보와 밀접한 원자력 부분의 민간 독점이 발생하는 문제가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영화에 재벌 건설사들을 참여시키면 이 건설사는 원전 설계와 건설 분야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 자회사로 발전소와 송변전 시설의 정비를 맡은 한전KPS는 지난해 상장된 지분 20% 외에 추가로 20%를 매각해 모두 40%를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분 40%를 매각한 이후 나머지 지분은 국내 발전정비업체 간 경쟁여건을 감안해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전KPS 노동조합 등은 발전정비시장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으로만 구성되면 부실정비로 사고 위험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국가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화력발전자회사는 조직을 대폭 개편하고 인력을 줄이는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가 추진된다.
한전은 배전과 판매 부문의 '9사업본부 7지사'를 사내 회사 형태의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해 사업부별 재무제표 산출과 예산편성, 경영.인사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내부 경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설비 유지보수 업무 전반에 대해 민간위탁을 확대하고 시스템개발 업무와 같은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자회사로 넘기기로 했다.
한전은 최대전력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시간대별 요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등 5개 발전 자회사는 지원 조직을 축소하고 토목.건설 인력을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감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밖에 가스공사의 자회사로 LNG인수기지와 공급설비를 정비, 보수하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충전소 건설과 소형 영병합 발전선비 사업, 공공건설, 조명등 설치, 지열 에너지 활용 등 5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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