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삼성 사건이 기소 176일 만에 1·2심 재판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10일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하고 이 사건에 대한 사실심(事實審)을 종료했다.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기소에서 2심 선고까지 2년3개월이 소요됐고,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재판이 1심 선고에만 1년10개월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 사건 재판은 '초고속'으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1심은 공소 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삼성특검법' 규정에 딱 맞춰 지난 7월16일 선고 공판이 이뤄졌다.
2심은 비록 기한을 20여 일 넘겼지만 사건이 복잡하고 주심판사가 갑작스레 부친상을 당해 선고가 열흘 가량 연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재판부와 특검, 변호인 모두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평이다.
1심에서는 본격 재판 시작 전에 5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했지만 2심 재판부는 특검법상 재판 기한이 두 달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바로 본재판에 돌입했다.
8월25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보름 만에 5번의 공판이 모두 끝났고 재판부는 나머지 한 달간 법리 검토와 판결문 작성에 전념했다.
1·2심 재판 동안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박노빈 에버랜드 대표이사 등 삼성 계열사 핵심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최학래 전 한겨레 사장과 손병두 서강대 총장, 그리고 고발인인 김상조 경제개혁 연대 소장과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각각 변호인과 특검 측의 양형 증인으로 나섰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이 전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 '부자상봉'이 이뤄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검과 변호인은 공판 내내 에버랜드 CB 발행이 회사에 대한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지와 삼성 SDS 주식의 적정가가 얼마인지 등을 두고 한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선고로 삼성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법정 다툼은 종료됐지만 특검이나 이 전 회장 측이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다만 특검법상 3심도 2심 선고 후 두 달 이내 끝내게 돼 있고 상고심은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고 법리 해석 및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만 살피는 법률심이라서 올해 말까지는 사건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허·박 두 전·현직 사장의 에버랜드 배임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돼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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