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안재환, 최진실, 장채원, 김지후 등으로 계속돼 온 연예인의 `베르테르 효과'가 10일에는 60대 고위공직자까지 확산됐다.
이날 김영철(61)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차관급)이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된 것이다.
자살예방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1995년 인구 10만 명당 11.8명에서 2005년 26.1명으로 10년 동안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4번째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자살기도자의 약 70%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사무차장의 경우도 최근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으면서 고민해왔던 점으로 미뤄우울감이 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만큼 자살자에게 우울증은 치명적인 셈이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울증에 대한 예방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울증의 가장 기본적인 증상은 우울한 기분과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지만 환자 개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보통 의사들은 우울증을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눠서 보고 있다.
첫 번째로 기분의 저하다. 기분의 저하는 흔히 슬픔, 울적함, 눈물, 우울, 불행감, 공허함, 근심, 과도한 걱정, 불안, 초조, 안절부절못한 느낌 등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인지 및 사고의 이상이다. 재미와 흥미상실, 집중곤란, 자존심의 저하, 부정적 사고, 허무감, 기억력저하, 우유부단함, 죄책감, 절망감, 자살사고, 건강염려증, 환청, 망상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행동의 장애가 꼽힌다. 정신운동지체 또는 안절부절못함,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의 위축과 회피, 의존성, 자살시도 등으로 표현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신체 증상이다. 수면장애(불면 또는 수면과다)나 심한 피로감, 식욕저하 또는 과식, 기운 없음, 전신 통증(두통, 사지 통증, 허리 통증 등), 소화기장애, 성욕감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범주만이 우울증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증상 외에도 우울한 기분의 지속성 여부 등이 우울증을 판별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즉 ▲우울한 기분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심한 상태인가? ▲우울한 기분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초래하는가? ▲우울한 기분의 변화 때문에 신체증상들이 동반되었는가?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현실 검증 능력이 손상되었는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하규섭 교수는 "만약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우울증의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며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를 일으킬 경우에는 우울증 진단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정확히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물리요법 등을 적절히 조합하면 잘 치료되는 질환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여러 가지 치료법들 가운데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는 환자의 증상 정도, 병력, 개인의 환경적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되는데 대개는 약물요법과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약물치료 또는 정신치료 단독요법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정신질환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시의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윤방부 위원장은 "정신과 방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와 상담을 시도하는 문화가 조성돼야만 우울증과 관련된 자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우울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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