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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하다

경찰청 국정감사 소회

아직 정치부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저는 정치부 선후배 동료 기자들이 쓰는 취재파일을 짬짬이 읽는 것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별세계'로 보이는 국회(혹은 의원회관)에서의 일상사를 접하다 보면 막연하게나마 입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그 이면에 어떤 정치적 노림수와 의도가 숨어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사회부 소속 기자에게는 공식적으로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해당 출입처의 국정감사입니다. 본다는 건 눈으로 대상을 응찰하는 물리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출입처(저에게는 경찰이죠)의 대응을 접하는, 조금 복잡한 행동을 통틀어 의미합니다. 아무튼 출입처의 국정감사는 출입기자에게는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 동시에 출입처의 상황을 정치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꽤 흥분되는 기회입니다. 여기까지는 원론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국정감사도, 아니면 더 큰 개념인 '정치'도 사람이 하는 행위이기에 원론만으로는 메꿀 수 없는 공백이 생기고, 대개 이런 공백은 결과적으로 하나하나의 '노이즈noise'('잡음'이라고 쓰기에는 의미가 좀 다른 것 같아 그냥 '노이즈'로 통칭)가 되고야 맙니다. 그래서(익히 아시다시피) 국정감사장은 흔히 '흠집내기' 혹은'감싸고 돌기' 등의 이름으로 언론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략과 자기홍보의 장이 되기 십상입니다. 물론 광의(廣意)의 정치에는 이런 노이즈까지 당연히 포함돼 있기에 가타부타 말할 입장은 아닌데다가, 언론은 특성상 무균(無菌)의 사회에서는 그 존재가치까지 심각하게 위협당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 자체를 비난할 바는 아닙니다.

어제(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앞서 언급한 노이즈의 향연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오전 10시에 시작된 국감은 전날 서울시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이 된 '한나라당 의원 6명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불륜'발언에 대한 지리한 공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언급한 '유감'이 국감 진행을 교란한 것에 대한 유감인지, 아니면 '불륜자'로 지목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개인적인 '유감'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통에 시작 20분만에 정회가 선언됐고 경찰청에 대한 국감은 11시를 넘기고 나서야 시작된 것입니다.

이후 속개된 국감에서는 부산의 '성매매 업소' 투자 의혹이 불거졌던 어청수 청장의 동생에 대한 질의와 촛불집회 과잉 진압 vs 소극대응문제 등 예상했던 주제들이 다뤄졌습니다. 다만 국감장 내부의 분위기는 오전에 정회까지 이어졌던 '불륜'문제때 보다 훨씬 조용하고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상임위원회가 워낙 다양한 행정부처를 담당해야 하고, 일정도 빠듯한지라 의원들의 질의응답도 다소 형식적이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국감장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그다지 건설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만들어 온 책임을 따지자면, 미디어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책 국감, 대안 국감을 들먹이면서도 결국 험한 말과 고성이 오가는 국감 현장에 관심을 두고 보도해 온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미디어가 으레 기대하는 '호통'이나 '공방'에만 집중하는 건 정치권도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국감에 눈과 귀를 두고 있는 모두가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음악 감상을 즐겨 하는 분이라면 다 아실테지만, 제목에서 언급한 '노이즈 캔슬링'은 주로 고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 같은 디바이스에 장착돼 주변 소음과 정확하게 대비되는 파동의 음파를 발생시켜 해당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입니다. 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한 말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노이즈'를 없애기보다는 양산하는 데 일조했던 언론도 앞으로는 정치권의 '노이즈 캔슬링'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언론이 아예 필요없을 지도 모르는 '무균'의 사회는 예전에도, 앞으로도 있을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차라리 언론 스스로가 유익한 기능을 가진 '유산균'이라도 되어야겠다는 심정입니다.

  [편집자주] IT분야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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