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월 현직 부장판사가 퇴근길에 자신의 집 앞에서 석궁 테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관 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에 사회 전체가 술렁였다. 범인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 교수였다. 이 전직 교수는 해당 대학의 본고사 수학 문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학교측과 마찰을 빚었고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억울하다며 복직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마저 패소했다. 불만은 울분이 됐고 결국 범행으로 이어졌다. 법조계는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경악했지만 그 밑에는 사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1년 9개월이 지난 2008년 10월. 이번에는 국정감사에 출석한 피감기관 임원이 자신을 질타한 국회의원에게 소지품을 집어 던지며 협박성 발언을 내뱉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 내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사건과 관련해 당시 책임자인 임원이 문책을 당하기는 커녕 오히려 모범상을 받고 영전을 했다고 지적하자 난동을 부린 것이다. 이 임원은 자신을 질책한 의원이 한 시간 뒤 화장실에 가자 그 뒤를 따라가 라이터와 담배를 집어던지며 거칠게 항의했고 "지역에 가서 보자"는 등 협박을 하기도 했다.
사건을 보고 받은 정장선 지식경제위원장은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감사중지를 선언했다. 의회사상 처음 있는 일, 그것도 국회 한 복판에서 발생한 난동 사태에 의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결국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달려와 해당 임원의 중징계를 약속하고 직접 사과했다.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이윤호 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해당 임원은 폭행과 공무방해, 국감회의장 모욕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한바탕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걸로 된 걸까?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같은 장관급이라도 행정 각부의 장관들은 임명직인 반면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이다. 그런 만큼 그 권위는 각별하다. 하지만 요즘 국정감사장을 보면 국회 스스로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회 난동이 벌어진 지난 9일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국정감사를 비롯해 감사장 곳곳에서 고성과 막말이 터져나왔다. 여기서 누구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의원들 스스로도 이런 모습이 생산적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이번 사태도 한 개인의 잘못을 넘어 국회가 스스로 자초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현실에서 아니, 당장 하루 하루 삶에 허리가 휘는 현실에서 이것이 국회가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부가 아니길 기대한다.
▼ 파행과 막말, 그리고 난동…국정감사장의 풍경 (10월9일, 8시뉴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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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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