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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 반장] 악악대면 악악거린다!

정치부 정 반장, 정준형 기자입니다.

일반인들이 싸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애들 싸움이라면 모를까, 주먹이 오가는 싸움을 하게되면 대부분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게되고, 잘잘못과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게됩니다.

말싸움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주 말싸움을 하다보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게되고, 사회적 왕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싸움을 할 수 있고, 아무리 말싸움을 자주, 또 격하게 하더라도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않고, 오히려 이득을 얻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국회입니다.

지난 6일 시작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국정감사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여야의 입장 차이가 첨예한 현안들이 산적하다보니 곳곳에서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당이란 본질적으로 선거를 통한 정치권력의 획득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지세력을 대변해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가요, 혹자는 국회를 '합법적인 싸움터'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정치인들이 싸우는 게 꼭 나쁜 일만도 아닙니다.

SBS 8시 뉴스를 포함한 TV 뉴스를 자주 보시는 분들이라면 국정감사 보도와 관련해, 화면에서 의원들끼리 또는 의원과 피감기관 단체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모습을 많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국회의원들은 왜 저렇게 볼썽사납게 싸움만 할까하고 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많다보면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TV 뉴스에 나오는 의원들처럼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차분하게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잘 따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의 경우, TV 뉴스에는 왜 대부분 악악대는 의원들만 나오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방송기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차분하게 말하는 것보다, 뭔가 소리를 치며 액션을 취하는 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쏙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때문에 방송기자들이 국정감사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할 때는, 먼저 쓸만한 의원들의 말, 그러니까 악악댔던 의원들의 말부터 찾고 나서, 이를 중심으로 기사를 쓰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차분하게 하는 의원들은 TV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게 되는 것입니다. 방송기자들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관성적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7일 한국관광공사를 상대로 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은 YTN 대량징계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하면서 국정감사가 파행 운영된 날이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한나라당측과 협상을 요구하며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자,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기다리지않고 회의를 그대로 진행시켜 버렸습니다. 그러자 흥분한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 안으로 들어와 고흥길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왜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냐며 항의를 했습니다.

그때 고흥길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언론사들이) 다 찍었어. 그만 해!"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언론을 의식한게 아니라며, 고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양측이 한창을 옥신각신했습니다.

어떤가요? 국회의원들의 뇌리에도 악악거려야 언론에 보도된다는 인식이 그만큼 깊이 박혀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이겁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TV 보도나 신문에 자꾸 악악대는 의원들이 나오다 보니, 시청자나 독자들의 눈에는 싸우는 국회의원들의 모습만 각인되고,자연스레 정치인들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이면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하는 한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 여야 간에 악악대며 싸우는 공방 위주로 보도를 하면서, 정작 중요한 본질이 공방에 묻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습니다만, 최근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YTN 사태와 관련해 7일 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YTN 사태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7일 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의 본질은 무엇이겠습니까? 여야가 악악대며 싸운게 본질이겠습니까? 아니면 YTN이라는 회사에서 기자들이 대량 해고와 징계를 당한 일이 본질이겠습니까?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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