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 꼼짝마라!?
지난 주 모두를 놀라게 했던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인터넷 문화의 그늘인 '악성댓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겁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최진실법'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이버모욕죄 처벌법'이 도입에 힘을 받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터넷실명제'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경찰도 어제(6일)부터 한 달 동안 인터넷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악성댓글을 집중 단속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경찰은 본청과 전국 지방청의 사이버수사요원 9백 명, 사이버 명예경찰인 누리캅스 2,448명을 총동원해 인터넷 게시판과 주요 사이트 댓글 등을 모니터링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특히 '허위사실의 게시'부분에 단속력을 집중할 방침인데요, '허위사실을 게시한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경미하더라도 파급효과, 피해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악플러들에 대해 끝까지 추적, 검거, 구속수사하는 등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범죄가 인터넷을 허브로 이뤄지고, 얼마전 GS 정보유출 사건이나 제2금융권 은행 전산망 해킹 사건처럼 기기묘묘한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이 시기에, 여기에 전 경찰력을 총동원하고, 사이버명예경찰까지 가세해 악플러를 잡아내겠다는 경찰의 '기세'는 일단 칭찬할 만 합니다.
'집중단속'을 둘러싼 우려와 의혹
그러나 여기서 '우려'와 '의혹'이 피어나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사건을 놓고 의심하고 또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기자여서가 아니라, 매일매일을 인터넷 없이는 살기 힘든 네티즌이어서 그렇습니다. 경찰의 발표 이후 여기저기를 돌아보다보변, 저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네티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우려'입니다. 경찰은 '허위사실을 게시한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경미하더라도 파급효과, 피해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악플러들을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의 판단 근거는 넘어가더라도 그 이후 조치에서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가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디까지 파급돼야 악플인건지, 또 악플의 피해자가 '기분이 나쁜 선'에서 악플로 정의할 것인지, 경찰에 '고발'해야 악플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져야 '악플'인 것인지, 뭐 하나 분명한 게 없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잣대로 '추적, 검거, 구속수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의혹'입니다. 국민배우의 자살로 촉발된 대대적인 악플 단속이지만 원래 악플의 대상은 '이거다'라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정치권부터 국제사회, 연예계는 물론이고 대기업, 인터넷 업체, 대형 마트, 식품회사...특히 촛불집회 등으로 제도권이 인터넷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올해는, 엉뚱한 방향으로 모니터링이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고 봅니다. 주권자로서 당연히 행해왔던 권리가 쥐도새도 모르게 제지당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 자기가 쓰는 댓글, 게시글 하나하나가 누군가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건전한 비판도 지적도 모두 지하로 숨어버릴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듣는 쪽에서 '악플'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만인 상황이 될 게 아닙니까?
무서운 '편가르기'
경찰의 인식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방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터놓고 말해 '한나라당'이나 '인기있는 연예인'이나 '검찰, 경찰'은 악플의 피해자이고 이름없는 네티즌들이 무차별적으로 이들을 공격한다는 겁니다. 또 이런 네티즌은 '젊은(어린), 기존 가치에 도전하는, 겁없는, 예의없는, 좌파성향의' 등의 형용사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든 '야'든 정치인들의 독설과 망언 한 마디는 백 개, 천 개의 악플보다 더 큰 상처를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안겨줍니다. 인기스타가 생각없는 언행을 해도 사람들은 악플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표현의 자유', '공연예술의 자유'는 사람들의 눈이 쏠려 있는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권이 있는 모두를 위한 자유입니다. 어정쩡한 잣대로 자유를 재단하고 편가르는 것은, 그래서 무서운 일입니다.
인터넷은 사회의 축소판, 아니 사회와 함께 가는 평행세계(parallel world)입니다. 매일매일 부대끼는 현실에서 루머와 소문과 뒷이야기를 피할 수 없듯이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근거없는 비방을 일삼거나 다른 사람,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면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받으므로 인터넷도 그런 식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발화(發話)된 내용의 유통방식에 있어서 현실과 인터넷은 다르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먼저 사법 당국이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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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IT분야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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