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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 의원'과의 대화

친정 찾은 김장수 전 국방장관

"오늘 이임하시면 내일부터는 무슨일 하십니까?"
"자연인으로 돌아가야죠."
"혹시 정계 진출하신다거나 이런 계획은?"
"아직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어요."

(☞ 2월 29일 김장수 전 국방장관 인터뷰)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던 그가 금배지를 달고 돌아왔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 말이다.

지난 겨울의 끝자락 2월 29일 전방 철책 앞에서 기자와 나눈 인터뷰를 다시 살펴보니 탓할 구석은 없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으니 말이다.

김장수 의원과의 인터뷰는 그 뒤 일곱달 만에 이뤄졌다.

지난주 9월 3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른 국방위원들과 함께 퇴임 뒤 처음으로 친정을 찾았는데, 미리 인터뷰 약속을 해 둔 터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국방개혁 2020'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경제 성장 둔화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 탓도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속도조절 즉 노무현 정부가 설계한 국방개혁안이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였다.

"국방개혁 2020의 목표년도가 바뀌어선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군 지휘구조는 물론 부대구조와 전력구조, 인력구조 등 모든 뿌리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계획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건군 60년사에서 국방개혁 2020이 차지하는 의미를 평가했다.

"목표 년도를 2020년 이후로 연장한다는 것은 국방개혁을 안하겠다는 소리와 같을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국방개혁 2020은 자주국방을 지향한 참여정부의 야심작이라고 할 만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는 데 따라 정보자산 등 첨단 전력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병력 수를 감축하는 등 군의 체질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김장수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상희 국방장관은 국방개혁 2020을 설계할 당시 합참의장으로 군을 진두지휘하며 김 장관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그런 그가 국방개혁 설계도에 칼을 대고 있으니 김 장관 아니 김 의원의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읽히는 것이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지만 정부에서 국방개혁 예산을 깎아서 요청하니 어떻게 더 올려줄 수 있겠냐며 반문한다.

국방부가 요청한 예산은 정부내 조정과정에서 이리저리 깎여서 올해보다 7.5% 증액된 28조 6천 379억원 수준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마침 이명박 정부들어 첫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릴 무렵이라 남북 군사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물었다.

장관 재직 당시 정상회담 수행차, 국방장관 회담차 두 차례 평양에 다녀온 그였다.

"서로가 인내심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요. 회담이 잘 돼서 돌파구를 열수 있는 모멘텀으로 전환이 되기를 바래요. 또다시 네 잘못이니 내 잘못이니, 선이 이렇게 후가 이렇게 또 따지게 되면 (교착상태가) 장기화 될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외 파병문제도 질문을 던졌다.

자이툰은 파병연장을 안 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이 문제다.

"작년에 아프간 인질 사건때 고생 많이 하신 걸로 제가 옆에서 목격하고 그랬었는데, 미국에서 대선 이후에 정세 변화로 아프간 재파병을 요청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죠, 만일 그걸 부탁한다면...국민적인 합의를 받아 가지고 철수를 했던 건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상황적인 요인이 있어서 재파병을 하느냐 하는 것은 분명히 국민적인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렇게 생각이 되네요."

마침 기자가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 취재를 다녀온 직후라 평화유지군 증파에 대해 편하게 질문을 던졌다.

"평화유지군은.. 동명부대도 나가있고, 반기문 총장이 그루지야 같은 다른 지역도 고려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저희가 부담이 적겠지요?"

"평화유지군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우리가 간다 하는 것도 역시 국익을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파병할 지역하고, 또 역시 우리 국민들의 자제들이기 때문에 안전문제도 잘 검토해야 하고...예를 들어서 평화유지군을 수단 다르푸르(에 보내달라고) 요구를 했었죠, 유엔에서도 요구를 하고. 그런데 그쪽 지역 사정은 우리가 선뜻 가겠다고 할 정도로 좋은 여건이 아니잖아요? 그렇듯이 평화유지군이라고 무조건 간다 하는 것은 재고를 해봐야 한다...그러나, 우리가 국력이 신장한 만큼 유엔의 활동에 어느정도 지분을 가지고 적극점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보적인 대답에 기자가 움찔했다.

한나라당 의원이니 평화유지군 파병 정도는 적극적이겠다 싶었는데 오산이었나 보다.

작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부하 병사의 비극적인 순직과 선교단 피랍 사건 당시 고통이 뼛속 깊이 배어있는 듯 해 그런 답변이 정치적 수사로 들리지는 않았다.

"다음에 또 파병하게 되면 현지 조사단 선발대로 다녀오실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하하하."
"재직하실때 장관으로서 장병들 보내고 하셨으니까 선발대로 가셔셔, 보시고...
"아 필요하면 가야죠. 아 내가 필요하다면 가야죠."

참여정부 각료로서 한나라당에 몸담아 '꼿꼿 장수' 명성에 상처를 입었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여당 속 야당(?) '꼿꼿 의원'으로서 이를 잠재울 활약을 기대한다.

* 김장수 의원 인터뷰 전문은 이성철 기자의 블로그 ☞ '안보의 현장에서' 코너에 있습니다.

  [편집자주] 국방부를 출입하며 군사.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성철 기자는 보도국의 소문난 '학구파'기자입니다. 1994년 공채로 입사한 뒤 사회.국제.정치부를 거치며 분석적이고 심도높은 기사를 전해왔습니다. 1999년 여름에는 '한국에도 고엽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을 오랜 탐사취재를 통해 확인 보도해 전세계 외신들이 긴급타전하는 역사적인 특종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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