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자금 조달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환 스와프 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한데 이어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해 은행들은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발 신용위기의 시발점인 미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고 경기둔화마저 가속화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들은 외화자금 시장이 정상을 되찾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달러조달 숨통 트일까
A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5일 "외화자금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결국은 좋아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꽉 막혔던 단기차입 사정도 나아질 것으로 봤다.
최근 달러 난은 달러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달러가 시장에 풀리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즉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달러를 들고 있어도 서로 빌려주지 않아 `돈맥경화'가 생긴 것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법안 통과로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 장롱 속에 쌓아뒀던 개인 자금이 다시 나와 단기자금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낙관적 전망에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많다. B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어려운 고비는 넘겼지만 유동성 문제가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의 주요 공급처인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긴급 수혈을 받는다 하더라도 시중에 금방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위기의 핵심인 미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신용위기가 계속 해소되지 않아 직접 얼굴을 맞대고 현물을 주고받는 `금융 원시시대'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달러자산 몸집 줄이기
따라서 은행들은 `장기전'을 대비 중이다. 달러자산(대출)의 몸집은 줄이되, 곳간 채우기에 들어갔다.
통상 은행들은 1년 이상 중장기로 들여온 달러는 국내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외화대출로 사용한다. 반면 1년 미만 단기 차입은 수출환어음, 수입유산스 매입 등 수출입금융으로 운용한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중장기 해외차입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외화대출부터 줄였다. 신규 외화대출은 사실상 중단했고 만기 연장도 미리 약속한 대출 이외에는 해주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작년 말 43억 2천500만 달러에서 9월 말 현재 43억 800만 달러로 감소했다.
9월 중순부터 단기차입마저 힘들어지자 이제는 수출환어음, 유산스 등 수출입금융의 영업을 축소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수출환어음 매입 때 기존에는 한도가 300만 달러 이상일 때 자금부와 사전에 협의했으나 최근 100만 달러로 낮췄고, 우리은행은 유산스 기간이 90일 이상이면 본부와 협의하고서 취급하도록 했다.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은행들의 수출입금융 영업 축소로 수출 중기들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선물환 거래도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업체 등 수출업체가 선물환을 팔면 은행은 선물환을 매수한 뒤 현물환을 팔아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했다. 그러나 외화자금 시장에서 현물환 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선물환 매도 주문도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
외화유가증권도 팔 수 있는 것은 내다 팔거나 이를 담보로 외국계 은행에 차입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유가증권은 대부분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이 발행한 한국물"이라며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살 사람이 없는 데다 너무 싼 가격에 내놓으면 국내 은행의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시장이 오해할 수 있어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1달러라도 더.."
국민은행은 7일이상 1개월 미만의 외화정기예금 금리를 9월 중순 2% 미만에서 최근 4.88%까지 올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액에 따라 본부 승인 금리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그 이상의 금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달러를 모으기위해 외화예금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화예금 가입자의 80% 이상은 기업들이다. 우리은행도 7일 이상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9월 초 1.9%에서 이달 초 3.5%로 높였다.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은행 BII의 보유 지분 13.89%를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 4억 4천300만 싱가포르 달러(SGD, 원화 3천670억원 상당)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 거래를 통해 미 달러화 약 2억8천만 달러로 바꿔 국내로 들여왔다.
우리은행은 효율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최근 `유동성관리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와 함께 1억7천만 달러 차입을 추진 중이며 사모사채 5천만 달러 차입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되면 글로벌 본드와 사무라이본드, 커버드본드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외화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버드본드의 경우 10억 유로(약1조6천억원) 규모를 발행하고 있으며 연내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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