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첨단강군! 사실은 외국군대?

지난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국군은 패망한 일본군의 99식 소총과 미군이 주고 간 M1소총 몇 자루가 전부였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76mm 포도 몇 문 남겨주긴 했지만 '전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그런 만큼 창군 2년만에 맞은 6.25는 재앙에 가까웠다. 새벽 4시를 기해 북한의 85mm 야포가 불을 뿜었다. 작전명 '폭풍'. 당시 국군에게는 탱크 한 대 없었다.

구        분 한  국  군 북  한  군
병  력 105,752명 198,380명
탱  크 0 대 242 대
야  포 91 문 728 문
함  정 71 척 110 척
항 공 기 22 대 211 대

굉음을 내며 쳐들어오는 탱크는 수류탄과 화염병으로 막아야 했다. 전투기 한 대 없는 공군은 연락기에 폭탄을 싣고 가 손으로 떨어뜨렸다. 사력을 다한 전투였지만 개전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 결국 UN군의 도움으로 낙동강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긴 했지만 사람을 빼고 나면 총알 하나, 수류탄 한 개까지 모두 UN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60년. 국군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K2 차기 전차다. 120미리 활강포에, 표적 자동 탐지 장치, 전천후 기동성을 자랑한다. 수심 4.1미터의 강도 건널 수 있다. IT강국 답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전투지휘통제시스템을 적용해 전차 간 전술·위협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또 지상전술 C4I체계(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5대 요소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와 연동으로 제대별 통합 전투력을 극대화했다. 한 마디로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성과는 북한군의 T-34 탱크에게 철저히 유린 당했던 뼈아픈 경험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로 침투하는 적은 휴대용 대공 유도 미사일 '신궁'이 맡는다. 표적 항공기에 1.5미터까지 접근한 뒤 엄청난 양의 파편을 퍼부으며 적기를 무력화시킨다. 명중률이 90%에 이른다.



K11 복합형 소총은 직사 공격만 가능한 기존 소총 개념을 뒤엎는 차세대 첨단 전투장비다. 적이 숨어 있는 곳을 겨냥해 발사하면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한 20mm 공중 폭발탄이 적의 머리 위로 파편을 쏟아낸다. 물론 5.56mm 기존 소총탄도 쏠 수 있다.





이 밖에 K9 자주포와 K21 보병전투장갑차, 신형 어뢰 청상어 등도 우리 기술로 만든 세계 정상급 무기들이다. 우리 무기 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측은 최근 '명품무기 10선'을 발표하면서 성능이나 경제성 면에서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자평했다. 세계 10위권의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걸로 족한 걸까?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방위산업 재정지출 성과와 과제'만 봐도 답은 쉽게 나온다. 정부가 지난 34년간 방위산업에 쏟아부은 돈은 약 3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첨단무기기술은 축적하지 못했다. 앞서 살펴본 무기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재래식 무기'다.



보고서는 앞으로 국방재정의 외화지출과 군사력의 해외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군사정보와 스탤스 기술, 유도 미사일 같은 첨단무기 분야는 수요가 급증하는데 반해 공급능력과 기술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된 걸까?

물론 돈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을 더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국방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선택해야할 두 가지가 있다. 독자무기개발과 조기전력화다.

미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독자무기개발에 앞장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우리나라는 조기전력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에 따라 우리 국방력은 급속도로 현대화됐다. 제공호나 88전차 같은 국산 무기도 함께 개발됐다. 하지만 모두 말만 국산이었지 사다 조립한 수준에 불과했다. 독자무기개발과 조기전력화는 두 마리 토끼인 셈이다.


 

스웨덴 군사문제 연구기관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수입국이며, 무기수출입 적자규모는 2003년 4억 7,100만달러에서 2007년 15억 9,300만달러로 5년간 3.4배 증가하고 있다. 반면 무기수출 규모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억 8,000만달러로 미미한 수준이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동맹관계의 변화, 주변국의 첨단군사력 증강추세 등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주 국방을 위한 최소한의 핵심기술 보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우리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50~70%에 불과하다. 특히 설계기술은 30~40% 수준이다. 이미 첨단 고가무기와 기술에 대한 해외구매, 그리고 이로 인한 국방비 해외지출이 갈수록 심화되는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10위권의 기술력이라고는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현격해진다. 특히나 군수산업은 일부 국가가 시장을 독식하는 철저한 과점체제다. 때문에 돈이 있다고 원하는 무기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최근 미국의 제1우방이라는 일본조차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 구매에 실패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첨단무기의 전력화와 핵심국방기술의 축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투자다. 현재 연간 27조원(정부 재정 대비 약 16%)인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거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능력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현행 국방관리체계의 비효율성, 그리고 국방비 지출에 대한 국민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기간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소개한 '방위산업 재정지출 성과와 과제' 보고서는  최소한의 수준일지라도 자체적인 국방 첨단핵심 기술과 생산력을 확보하여 군사력의 자주성을 확립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군의 첨단무기 소요욕구와 조기 전력화 경향을 적정화'하고, '국내기술수준을 고려한 소요제기'를 통해 국내 방산업계에 첨단국방과학기술 개발의 기회를 정책적으로 부여할 것 등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서 투자 우선순위를 확실히 가려 투자하고 방산업체들이 정부를 믿고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건군 60년을 맞은 우리 군이 뭔가 방향 전환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한 전문가는 "분명 우리나라 군대이지만 외국군대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사실상 모든 무기체계가 미국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주력 전투기인 F-15K만 해도 미국 보잉사가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국군이 진정한 '우리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