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즈 기사...안쓰길 잘했다.
국정감사 시즌, 국회는 전쟁터다. 기사 전쟁이 벌어진다. 의원들이 감사에 대비해 모아놓은 '자료'가 먹잇감이다. 먼저 얻는 기자만 배가 부르다.
그제인가, 의원회관을 어슬렁거리다 억지로 얻은 자료가 에이즈 관련 자료였다.
"매년 에이즈 환자가 증가한다 (그렇겠지..) 청소년 환자도 는다 (그래?) 노인 환자도 매년 는다 (정말??) 그런데 감염자중 행방불명자도 증가하고 있다 (뭐야???)"
그렇게 에이즈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에이즈가 그렇게 전 연령층에서 느는데 관리는 잘 안된다는 논리구조가 명확했다. 기본적인 수치 취재를 마쳤다. 그리고 마무리. 질병관리본부와 통화했다. 거기서 취재가 막혔다.
"익명검사가 활성화되어 행방불명자 파악은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에이즈 검사는 몇해 전부터 익명검사가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는 법령 정비도 마쳤다. 전에는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오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국가가 감염자의 신상을 파악했다. 그래서 '관리'나 '예의주시'..등등 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랬더니 사람들이 검사 자체를 안했다. 신분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으니까..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니까..
그래서 익명검사로 전환했다. 전에는 아무개라고 밝혀야 검사해 줬지만 이젠 "저 15번 입니다" 해도 검사가 된다. 양성이 나와도 신원을 안 밝히면 그만이다.
물론 이 제도도 문제가 있다. 정말 간혹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사람을 위험하게 빠뜨릴 수 있다.
하지만 에이즈 감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을 꼭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아는 게 감염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란 점이다. 에이즈 상담센터에서는 일단 의심자들이 보건소 문을 여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익명 검사로 검사율을 높이는 게 이전 방식보다 10배이상 예방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하자. 익명검사가 활성화되면 당연히 끝까지 신원을 안밝히고 '국가지원'이라는 그늘을 벗어나는 에이즈 감염자가 생긴다. 문제지만 어쩔수 없다... 익명검사가 보장돼 더 많은 사람이 검사를 받는 게 전체적으로 보면 훨씬 낫기 때문이다. 행불자가 느는 건 언뜻 큰 문제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합리적 이유가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기사쓰기 힘들어진다.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 다른 의원실에서 같은 에이즈 자료로 보도자료를 돌려버렸다. 소소한 단독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기사도 안 써 버렸다. 다른 언론에서는 단순히 에이즈 환자 많다는 식의 단신으로 소개됐다.(국감 시즌에는 기사가 워낙 많아서 보도자료로 나오는 공통기사는 대단히 놀랍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잘 소화하지 않는다0
결과적으로 기사 안 쓰길 잘했다. 어설픈 취재였다.
하고 싶은말:
"에이즈는 무서운 병이다. 검사받기 조차 두려운 병이다. 하지만 의심쩍다면 이제 익명으로 보건소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아무도 당신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그렇게 의심을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가자.
만약,,만에 하나...생각하긴 싫지만 양성이라면 국가의 도움을 받자.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좋은 나라여서 치료비를 대준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 치료는 몰라도 관리는 가능하다. 일상생활엔 전혀 지장이 없다. 평생 관리도 가능한 시대다. 물론 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겠고 예방의 방법은 얘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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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분한 취재와 유쾌한 유머가 돋보이는 김용태 기자는 2002년 SBS 보도국에 입사한 '젊은 피' 가운데 한명입니다. 사회부 서울시청 출입기자로 오래 활약하기도 했던 김 기자는 지금은 정치부에서 청와대와 여권 취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달력있는 목소리와 생방송 솜씨도 일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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