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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제부총리' (?)

종부세 개편을 포함한 정부의 부동산세제 개편안이 지난달 말 발표됐습니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보니 9월말로 엠바고가 걸려있는 정책 발표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기자실 분위기도 팍팍(?)해 졌습니다.

신문 기사, 인터넷 기사 한 줄 한 줄에 민감한 반응이 잇따르고 매 건마다 정부의 해명자료도 쏟아졌습니다.

재정부 바깥의 취재원.... 예를 들어 누가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한 마디라도 듣고 기사를 쓰면, <엠바고 파기>라며 징계를 논의하자는 살벌한 분위기도 수시로 연출됐고요.

부동산세제 개편 발표에 임박해서 모 신문이 "종부세 기준 9억 상향조정"을 언급했고 기자실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출입기자 회의가 열리고 엠바고 파기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는데 해당 언론사는 "이미 정치권에서 죽 나돌고 있는 얘기를 한줄 덧붙인 것 뿐이다"라며 의도적인 파기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정부 역시 중대발표를 앞두고 혹시라도 내용이 새 나갈까 전전긍긍하던 찰나... 방금 언급한 9억 기사가 나오자

부랴부랴 윤영선 세제실장이 기자실로 내려와서 엠바고를 지켜달라 요청하며 "9억으로 기준 상향조정은 절대 아니다. 정부로서는 검토도 하지않고 있다"고 강조, 또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기를, "이렇게 중대한 발표내용을 설명하는 이유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추측성 보도를 막기 위함이라며 반드시 발표일까지 엠바고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좋다, OK.

기자들은 발표사안의 파급력을 생각해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종부세 기준을 6억에서 9억 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세율 상한선을 300%에서 150%로 올린다" "세대별 합산 문제는 연말 헌재의 판단에 따라 개인 과세로 바꿀 수도 있다"는 등 그야말로 다음날 발표 예정된 내용에서 '알짜'만 쏙쏙 골라 줄줄이 쏟아내면서 엠바고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임 의장 입장에서야 당정협의 후 한마디 흘린 것이겠지만, 정부의 말을 믿고 엠바고를 굳게 지키고 있던 기자들은 아주 허탈했습니다.("출입기자 완전 바보됐다"고 다들 수군수군)

사실, 이전에도 이런일은 비일 비재했습니다.

소득세율 인하와 양도세 완화 등을 담은 '2008 세제개편안' 발표 때... 내용이 책자 3권 분량으로 방대하고, 발표시 파급될 영향을 감안해 9월 1일로 엠바고가 설정됐지만, 최종 발표가 이뤄지기 전, 당정 협의 등에서 오간 얘기가 정치인들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몇몇 언론은 엠바고 내용 일부를 기사화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엠바고 합의해놓고 파기한 몇 회사들은 내부회의를 거쳐, 일정기간 '기자실 출입 정지' 등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도시한 하루 전날인 8월 31일에는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세제개편안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겠다'고 해 비상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경제부처 중 수장급인 기획재정부의 정책이 임 의장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본 기자들, 요즘엔 <강만수 장관 위에 임태희 '경제부총리'>라는 말을 합니다.

임태희 의장은 행시 24회 출신 의원으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출신입니다. 동기들 중 제일 앞서 나가는 사람이 현재 차관보급이고 대부분 열심히 한 사람들이 국장급입니다. 이런 임 의장이 장관보다 높은 '부총리' 소리를 듣는걸 보면....정치가 좋긴 좋은가 봅니다!

 

[편집자주]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알짜 생활정보를 전해주던 남정민 기자가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며 굵직한 경제 뉴스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 기자는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취재에 해맑은 외모로 개인 블로그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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