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병무청이 병역비리 수사로 적발된 산업기능요원에게 연장종사 처분을 했다가 소송에서 패하자 오히려 기간을 늘려 다시 연장처분 했지만 '연패'했다.
행정청이 행정소송 1심에서 지면 항소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서울병무청은 첫 처분에 대한 소송 1심에서 패한 후 항소도 하지 않고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연장처분을 했다가 거듭 패소했다.
전 고위 공직자의 자녀인 장모 씨는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 병역 의무가 없었지만 신체검사를 통해 4급 판정을 받고 2005년부터 온라인 정보처리 지정업체였던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회사 대표이사였던 박모 씨는 같은 건물에 와인학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장 씨는 복무 기간 중 4개월간은 종종 와인잔을 닦거나 강의실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장 씨는 2007년 4월 복무를 마쳤지만 그 해 7월 싸이 등 연예인과 고위 공직자 자녀 등이 연루된 병역비리 수사 과정에서 장 씨의 회사가 적발됐다.
대표이사 박 씨는 산업기능요원을 지정 업무에 종사하게 하지 않고 잡무를 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고 장 씨 역시 지정된 업체의 해당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일의 연장종사 처분을 받았다.
장 씨는 "간헐적으로 일을 도운 것에 불과하고 지정 업무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 씨가 회사의 관리·감독을 완전히 벗어나 와인학원에 파견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올해 3월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병무청은 항소하지 않았고 판결이 확정됐지만 장 씨에게는 또다시 4개월의 연장종사 처분이 내려졌다.
때로 와인잔을 닦는 등의 일을 해야 했던 4개월의 기간에 장 씨가 산업기능요원의 겸직을 금하는 병역법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장 씨는 다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번에도 서울병무청이 잘못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장 씨가 4개월 중 20여 일 동안 지정 업무가 아닌 강의실 정리, 와인잔 세척 등의 업무를 겸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4개월 내내 겸직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1개월 미만의 겸직은 시정조치 대상이라 연장종사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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