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2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이 합의 사항을 어긴 상황에서 최근 우리는 부득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해당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상은 "그동안 우리는 6자합의에 따른 자기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으며, 핵 시설의 무력화가 다각 단계에서 추진되었고, 핵신고서도 제출됐으며 핵시설의 폐기단계에서 하게 될 조치들까지 앞당겨 취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자기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6자나, 조미 사이에 그 어떤 합의에도 없는 국제적 기준의 사찰과 같은 부당한 요구들을 들고 나오면서 인위적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가 테러지원국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 선언하고도 검증 문제를 이유로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한 조치를 연기한 것은 그 명단이라는 것이 실제에 있어서 테러와 관련된 명단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며 "검증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전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최종 단계에서 6자 모두가 함께 받아야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 부상은 이어 "미국이 우리에 대해 일방적으로 사찰하겠다고 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에 따르는 미국의 핵위협 제거를 골자로 하는 전 조선반도 비핵화는 집어 던지고 서로 총뿌리를 맞대고 있는 교전 일방인 우리만 무장해제시키려는 강도적 요구"라며 "우리 공화국을 목표로한 군사적 위협과 전쟁위협에 대처하여 나라의 자주권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다져가는 것은 그 누구도 시비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정명한 선택이고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6자회담 각측이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진전도 없다는 것이 지난 6자회담 과정의 교훈이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우리의 존엄과 자존심을 건드리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상은 "지난 8월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반도 유사시 대비라는 구실 밑에 벌여놓은 합동군사연습은 철두철미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핵 선제공격을 위한 한차례의 전쟁연습이었다"며 "앞에서는 대화를 운운하고 돌아 앉아서는 대화상대방을 반대하는 전쟁연습을 벌이는 이러한 양면주의적 행동은 미국의 구태의연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현 남조선 정권의 북남 대결 정책의 명백한 증거"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또 "최근 북남 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부정하는 정권이 출현하여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역사적 북남 선언들이 남조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리 정부를 겨냥했다.
박 부상은 "인권옹호의 구실 밑에 감행되는 주권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내정간섭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며 "오늘날 자주적인 나라들을 무력으로 침략하고 무고한 민간인 살육을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파괴자, 인권유린의 왕초"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특히 일본에 대해 "조일 관계 문제가 반세기 넘게 해결되지 못한 기본원인은 일본이 자기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있는데 있으며, 자신들의 침략역사를 미화하고 있고, 오늘도 조선의 신성한 영토인 독도를 강탈하려 하고 있는 유일한 전망국"이라며 "이러한 일본은 절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 부상은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김정일 장군님의 선군정치에 의해 마련된 강력한 전쟁억지력이 없었더라면 조선반도는 몇번이고 전쟁에 휩싸였을 것"이라는 대목에서 김 위원장을 한 번 언급했다.
한편 이날 유엔 웹사이트에는 북한의 대표 연설자로 박 부상이 아니라 박의춘 외무상 이름이 나와 있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초 북한 대표 연설은 마지막에서 3번째로 잡혀 있었으나, 북측이 연기를 요청해 맨 마지막으로 조정됐다.
(유엔본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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