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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정보화, 열심히 하자는 건 좋은데...

요즘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종 지도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교통상황과 주소, 관광지는 물론 항만시설, 갯벌검색, 생태자연도, 지하수측정망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정부가 지난 199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가지리체계정보사업의 성과다. 지도를 디지털화하는 1단계 사업과 분야별로 정보를 세분화하는 2단계 사업을 거쳐 지금은 2010년까지 기본지리정보를 구축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3단계 사업이 시행중이다. IT강국다운 면모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아래 화면을 보자.



 서울시 지난 2004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대중교통정보 서비스'의 버스교통정보 부분이다. 노선번호를 치면 해당 버스의 노선과 운행정보 등을 보여준다. 다음 화면과 비교해보자.


국토해양부가 지난 2001년 개발한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의 버스교통정보다. 서울시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서울시의 것이 서울에 국한된 것이라면, 국토해양부가 만든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은 수도권 전체를 보여준다. 국토해양부가 8억원을 들여 만든 이 시스템을 서울시가 잘 활용했더라면 별도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1억원이나 쓸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아예 같은 부처의 산하기관끼리 비슷한 서비스를 따로 개발한 경우도 있다. 아래를 보자.




첫 번째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지 검색 서비스', 두 번째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이다. 관광지나 관광자원을 검색하는 서비스로 역시 기능이 거의 같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다. 한 부처 내에서조차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지리정보화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지리정보체계추진위원회'가 지난 2월 올해 시행계획안을 내면서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기초자료조사 조차 끝내지 못한 상태다. 올해 위원회 한 일이라고는 당해년도 시행계획안을 의결하면서 연 회의 한 차례가 전부다. 국토해양부에 있는 실무부서도 올 2월전까지는 한 명이 이 업무를 담당해왔다. 일이 제대로 됐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면 국가지리정보체계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나 될까?

국가사업에 1,782억원, 지방자치제의 지역별 사업에 1,509억원을 합쳐 2008년 올 한 해만 모두 3천3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내년에도 중복성을 포함한 종합적 검토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내년 예산도 일부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각 기관이나 지자체들이 각자 필요한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대부분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만들다보니 비슷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한다. 부서간 조율만 있었더라도 아낄 수 있는 비용이다. 결국 업체들에게만 좋은 일 시킨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국가지리정보체계추진위원회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그럴 권한이 없다. '국가지리정보체계의 구축 및 활용등에 관한법률'은 제5조 5항에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관계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리정보와 관련된 정책의 수립과 그 시행에 있어서 제2항 각호의 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즉 위원회가 전체 효율성을 고려해 각 부처의 사업을 조정하려 해도 각 부처의 장이나 지자체장들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1995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을 10년이 넘게 지나서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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