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농림부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농어민과 도시민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농어촌에 택지를 개발. 분양하는 이른바 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그동안 국고보조금과 지방비를 포함해 5,061억여원의 세금이 투입돼, 현재 전국 197개 지구에 11,832,793 평방미터의 문화마을이 조성됐다. 당시는 어떤 이유에서 도시민과 농어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성과가 너무나 미미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오늘 문화마을 사업의 대부분을 위탁받아 추진하고 있는 한국농촌공사에 대해 감사결과를 내놨다. 감사결과 이 공사에서 시행한 154개 지구 가운데 택지분양이 완료된 130개 지구의 55%인 4,103필지에만 주택이 건축됐고, 나머지 45%는 대부분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조성된 65개 지구 2,953필지의 66%는 길게는 9년 이상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택지지역으로 조성해 분양만 돼 있고, 주택이 건축되지 않다보니 대부분 잡초지로 변해 문화마을이 오히려 마을 경관을 해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일도 다반사다.
택지 소유자가 주택건축 의사가 없는 경우 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택지를 실수요자에게 매각하도록 해야 하지만 문화마을 대상지의 공시지가는 이미 주변대지 시세보다 3~4배 올라있는 상태여서 매매도 여의치 않다.
감사원은 우리나라가 이미 지난 85년부터 출산율 하락이 시작됐고, 2000년에는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더 이상 농어촌에서 신규 주택건축의 메리트가 없는데도 정부가 세금만 쏟아 부었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민의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주변 부대시설이 필요한데도 이에 대한 계획도 없이 사업이 시작돼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성공가능성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업을 빨리 정리할 것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한국농촌공사 사장에게 권고했다.
그런데 16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민의 혈세 5천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는데도 문화마을 사업을 그냥 '안되면 말고'식으로 단순히 권고만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같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이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했던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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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부에서 국무총리실을 출입하고 있는 권태훈 기자는 1994년 SBS에 입사해 사회, 정치 분야 등에서 폭넓은 시각의 기사들을 써왔습니다.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서울대 교수직을 둘러싼 금품수수 관행을 정면 고발하는 특종기사로 대학가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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