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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작곡가 디.브라운 "8년간 한국 가수와 작업했죠"

테디 라일리 밑에서 작곡과 믹싱 배워

 한국 가수의 음반을 작업하려고 잠시 한국 땅을 밟았다가 8년째 눌러앉은 미국인 작곡가가 있다.

비, 세븐, MC몽, 크라운 제이, J 등 국내 가수 수십 팀의 음반에 작사, 작곡, 편곡, 코러스로 참여해 가요계에서 디.브라운(D.Brown.36)은 유명 인사다. 작곡 필명은 베이비보이스 솔(Babyboy's Soul).

'대박' 난 히트곡은 적지만 그와 작업한 가수들은 오히려 "미국에 있었으면 대성했을 프로듀서 혹은 R&B 가수"라고 안타까워 한다. 3주 후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그는 그룹 UP 출신인 리온의 솔로 데뷔 음반 프로듀싱을 최근 마쳤다.

18일 서울 청담동의 카페에서 만난 디.브라운은 "한국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어서 긴장된다"면서도 "여행하는 마음으로 2주간 한국에 왔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피흘리는 응급 환자에 충격받은 후 자신이 갈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교회에서 노래하고 드럼을 쳤던 음악 토대 덕택에 흑인 클럽에서 R&B를 부르는 백인 가수로 활동했다. 1992년 프로듀서 활동을 시작한 뒤 1994년 그룹 블랙 스트리트 리더 출신이자 마이클 잭슨, 전 레전드 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테디 라일리 밑에서 작곡, 믹싱 등을 배웠다.

이후 블랙 스트리트, 가이, 도넬 존스 등 팝스타들의 음반 작업을 했고, 유명 래퍼 50센트가 피처링한 흑인 R&B 가수 조(Joe)의 음반 타이틀곡 '라이드 윗 유(Ride Wit U)' 작곡에도 참여했다.

2000년 한국으로 건너온 후 8년간 단 한 차례 미국땅을 밟았다는 디.브라운의 인생은 한편의 시나리오 같다.

"MC몽이 활동한 그룹 피플크루의 사장님이 지인의 소개를 받아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제 집과 녹음실을 방문했어요. 제 곡을 몇곡 듣더니 한국에서의 작업을 제안했죠. 흑인과 한국인 혼혈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어 한국은 친근했어요. 김밥이라는 음식이 매우 비싼 줄 알았지만…. 하하."

그러나 우연히 이태원에서 길을 가다 반한 한국인 여성과 1년간의 연애 끝에 2002년 결혼하며 국내에 정착했고, 파경의 아픔을 겪은 뒤 지금은 슬하에 7살 된 딸 알리샤가 있다.

한국어도 몰랐기에 초창기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당시 이태원 원룸에서 생활한 시절을 꺼내며 "아이 헤이트(I hate) 이태원"이라고 미간을 찌푸렸다.

"초창기 음반기획사 사장님들이 한국 실정을 모르는 제 저작권료를 가로채기도 했어요. 또 애드리브 라인을 만들거나, 코러스와 피처링을 해주고 돈을 떼이기 일쑤였죠. 그저 제가 돈이 필요하면 사장님들이 10만원씩 용돈을 줬어요. 돈을 벌 목적은 결코 아니었지만 바보 같았죠.'

그러나 지금은 서울 여의도에 작업실도 있고 꽤 넓은 강남의 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에게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후회돼 미국으로 갈 생각도 했지만 매번 이곳 가족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내가 한국에 오지 않았으면 내 딸이 없었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신이 겪은 한국 음악 시장에 대해서는 "한국 가수들은 정말 열심"이라며 "팝 스타일의 곡을 한국인들은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트렌드인 한국의 댄스 음악은 재미있지만 깊은 솔(Soul)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로 건너가 녹음실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것"이라는 디.브라운은 한국을 오가며 한국 가수들의 음반 작업도 꾸준히 할 예정이다.

그는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됐다"며 크게 웃었다.

"한국어로 작사도 해요. 김치찌개, 된장찌개도 손수 요리해 먹고 소주도 좋아하죠. 저는 15살에 독립해 혼자 살았어요. 한국의 미혼 남자들이 30대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모습이 '마마보이' 같아 의아했죠. 그러나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제는 한국인의 정서가 이해돼요. 그래도 아직 제 한국어 발음은 '칠뜨기' 같죠? 하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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