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찬바람이 좀 불었으면 좋겠다싶은데 늦더위가 꺾일줄 모릅니다.
지난번에 추경예산안 관련해 글을 올렸습니다만, 오늘도 그 연장선에서 최근 국회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대부분의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전율시킬 초대형 특종을 해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 것이죠.
저 역시 기자 초년병 때부터 줄곧 대형 특종의 꿈을 꿔왔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해오는 동안 크고 작은 특종을 몇개 하고 포상을 받기도했습니다만, 이른바 굵직한 대형 특종을 해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아쉽습니다. 이제 나이도 40을 넘었고, 엉덩이도 자꾸 무거워지려고 하는 마당에 큼직한 홈런 한방을 터뜨리고 싶은데, 과연 그럴 기회가 올까하는 생각이랍니다.
지난 12일 새벽 한나라당이 추경예산안을 강행처리하려다 무산된 사건, 다들 아시겠죠? (이전 취재파일에도 관련 글들이 있답니다.)
그 후폭풍과 여진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아직 결론이 안났고, 추경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12일 새벽의 추경안 처리 무산은 정치권에서 대형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일 한나라당의 추경안 처리를 무산시키고 여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온 원인은, 따져보면 '사보임 절차 위반'이라는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이와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정치부 동료인 박병일 기자의 취재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제의 '사보임 절차 위반'을 꼬집어낸 사람은 민주당의 한 평범한 당직자였습니다.
한나라당에서야 이가 빠득빠득 갈릴 일일 것입니다만, 이 당직자가 최근 민주당에서는 스타가 됐습니다.
기자로 보자면 굵직한 특종을 터트린 셈입니다.
스타가 된 당직자는 민주당에서 국회 업무를 맡아보는 원내행정실의 김용성 부국장입니다. 옛민주당 출신으로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를 오랫동안 수행해오다 지난달 원내행정실 부국장으로 임명된 사람입니다.
오늘 아침 김용성 부국장과 직접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직접 들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1일 오후부터 줄곧 예결위 회의장 안에 있으면서 사람 체크를 계속했다. 11일 밤에 의원들 숫자가 의사 정족수에 미달됐는데, 한나라당이 추경안을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12일 새벽 예결위에서 추경안을 표결처리하기 직전에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 대신에 박준선 의원이 부랴부랴 들어왔고, 곧바로 추경안이 처리됐다.
그런데 이한구 예결위 위원장이 의원 사보임(교체)에 대한 아무런 고지도 안했고,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서 곧바로 사무실로 내려와 국회 의사국에 확인했다. 국회 의사국에서 처음에 공개를 거부했고, 실랑이 끝에 한나라당이 사보임 절차를 어긴 것을 확인했고, 이를 당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면서 결국 추경안 처리가 무산됐다."
어떻습니까? 상황을 지켜보던 한 당직자의 궁금증과 이를 밝혀보려던 집요함이 결국엔 여권을 뒤흔든 대형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추경안 강행 처리 무산으로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과거처럼 물리력으로 표결처리를 막지도 않았으면서, 자신들이 의도하려 했던 이상의 정치적 소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한나라당의 추경안 강행처리가 무산된 12일 오전 10시에 열렸던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용성 부국장은 전체 의원들 앞에서 박수와 함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세균 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장에서 "김용성 부국장을 승진이라도 시켜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김용성 부국장에게 포상금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용성 부국장의 특종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위축됐던 구민주당 출신 당직자들도 기운을 얻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종이라는 말이 주로 언론사에서 쓰는 말인데요, 김용성 부국장 건은 개인적으로, 기자로서도 다시금 특종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특종이란 것은,
1)기자가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2)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3)이를 캐보려는 집요한 추진력이 화학적으로 결합될 때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기자라는 직업세계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기가 하는 일, 맡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건 왜 이럴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추적해보는 과정에서 굵직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앞으로 큼직한 홈런 한방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만, 좋은 제보 있으면 제 이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라도 특종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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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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