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 악몽 같은 174일을 보내고 작년 11월 석방됐던 마부노호 승선 조선족 동포선원들에게 이번 추석이 추석같지 않다.
석방 10개월이 지났지만 밀린 월급은 커녕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간 재취업의 길을 찾는 것마저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피랍 기간도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석방된 이후에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심적 고통도 적지 않았다.
아내 권영애(38)씨의 애타는 구명노력으로 한국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중국 단둥(丹東)의 노성남(40)씨는 추석인 1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석방 이후 체불 임금이나 보상금, 재취업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씨와 함께 석방된 엄태국(41), 김영암(45)씨, 김홍암(48)씨도 피랍 당시 해적들로부터 구타와 정신적 모욕을 당하면서 생긴 정신적 후유증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재취업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마부노호 선주였던 안현수씨나 선장이었던 한석호씨로부터 간간이 연락이 오기는 했지만 체불임금이나 보상문제가 해결됐다는 희소식은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노씨는 "석방됐을 때만해도 죽어도 배는 타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지만 지금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배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재취업을 하지 못한 일부 선원들은 무연고 동포를 위한 방문취업제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오는 21일 중국에서 치러지는 실무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다.
지린성 퉁화(通化)에 살고 있는 김영암씨는 "그간 집에만 있기가 불편해서 한국으로 가보려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마지막으로 방문취업제에 기대를 걸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씨의 경우 아내가 먼저 한국에 들어가 자리를 비운 가운데 지린(吉林) 성 수란(舒蘭)에 있는 고향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추석을 보냈다. 엄씨는 "아내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한국에 들어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쯤 비자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원들은 지난 10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한국 선전의 화물선 '브라이트루비호'가 해적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에 지금으로부터 약 16개월 전 해적에게 납치됐던 당시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루빨리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동병상련의 심경을 드러냈다.
동료들 가운데 선원으로 일자리를 찾은 것은 신동훈(29)씨 뿐이다.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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