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서 음악적인 자존심이 강해져 '밴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생으로 이뤄진 아이돌 밴드 FT아일랜드는 지난해 데뷔 당시 화제가 됐다. 다섯 멤버 모두 장신의 꽃미남인데다 어린 보컬 이홍기의 깊이있는 가창력 덕분이었다. 오원빈(18)이 기타와 서브 보컬, 최종훈(18)이 기타와 피아노, 이재진(17)이 베이스, 최민환(16)이 드럼을 맡아 '사랑앓이', '천둥' 등의 히트곡을 내며 1집은 약 8만장(한국음악산업협회 2007년 총결산)이 팔렸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닦지 않은 이들은 1집에서 밴드로서는 치명적으로 자작곡을 실지 않았다. 멤버들의 연주 실력도 잘생긴 외모에 가려 평가절하됐다.
최근 2집 '컬러풀 센서빌러티(Colorful Sensibility)'를 발표한 멤버들은 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을 하자 1집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1집 때는 전문 세션 연주자들의 도움으로 녹음했고, 저도 경험이 없어 무대에서 여유가 없었어요. 하지만 2집에서는 멤버들이 참여해 녹음했고 3집에는 자작곡을 넣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친 종훈이는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나요. 각자 노트북으로 음악 작업을 하는데 깜짝 놀래켜드리려고 아직 사장님(작곡가 한성호)께는 들려드린 적이 없습니다."(이홍기)
오원빈은 "6월 일본 인디 레이블을 통해 우리가 직접 연주해 녹음한 미니음반을 발표했다"며 "4월부터 3개월 간 일본 클럽에서 연주하며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다"고 자랑했다.
2집 타이틀곡 '사랑후애'는 1집 히트곡의 연장선에 있는 록발라드. 최종훈은 "'트레인(Train)' 등 음반에는 밴드 사운드가 강한 곡도 즐길 수 있다"며 "트러블 메이커(Troublemaker)'는 가사 내용이 우리와 잘 맞아떨어져 연주할 때 무척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악기를 손에 든 계기도 털어놓았다.
최민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승철의 공연을 본 후 드럼 스틱을 잡았고, 이재진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동아리에서 베이스 줄을 처음 튕겼다. 최종훈은 FT아일랜드에 피아노 주자로 들어왔으나 기타를 연습하며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오원빈은 보컬로 합류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느는 최종훈의 기타 실력에 경쟁심을 느껴 함께 연습했더니 어느날 기타를 치고 있더란다.
마지막에 합류한 멤버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홍기. 그는 kBS 2TV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와 MBC TV 드라마 '빙점' 등을 통해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다가 방향을 선회했다. "나로 인해 우리 밴드가 알려져서 좋지만 우리 멤버를 다 소개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배려가 담긴 마음을 내보인다.
멤버들의 꿈은 밴드 음악 시장이 척박한 국내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인 밴드가 되는 것.
최민환은 "학교 동아리와 교회에서 음악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다"며 "아직은 그들도 우리의 경쟁자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히 실력을 쌓아 이 친구들에게 감동을 준다면, 젊은이들의 밴드 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