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이 대형공사 발주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홍경태(53) 전 청와대 총무행정관으로부터 "전화를 걸거나 만난 것 같지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홍 씨는 부산 신항만 공사와 영덕-오산간 도로공사와 관련, "어렴풋한 기억에 따르면 브로커 서모(55.구속)씨를 사전에 만나고 대우건설 사장 등에게 전화를 한 것 같지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서 씨와 짜고 2005년 부산 신항만 공사 일부를 S업체가 대우건설로부터 수주하도록 대우건설 박모 전 사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 씨는 또한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2006년 영덕-오산간 도로공사를 대우건설이 수주해 S업체가 재하청 받도록 서 씨를 통해 토공 김모 전 사장에게 입김을 넣은 혐의도 받고 있다.
브로커 서 씨는 이 같은 청탁을 하는 대가로 S업체로부터 홍 씨 등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11차례에 걸쳐 9억 1천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횡령 등)로 지난 달 구속됐다.
경찰은 위계나 위력으로 대형공사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전날 홍 씨에 대해 입찰방해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 씨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경찰은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면 홍 씨와 사건 관련자들의 대질신문,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직권남용이나 뇌물수수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은 6일 오후와 7일 새벽 홍 씨의 각각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혐의 사실을 입증할 만한 단서나 물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집들이 워낙 깨끗하게 정리가 돼 있었다"며 "프린터는 2대가 있는데 컴퓨터 본체가 없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증거를 미리 인멸한 정황도 보인다"고 말했다.
홍 씨는 주민등록상 경기 고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경기 김포의 159㎡(48평형) 크기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홍 씨의 출국 전 휴대전화 착발신 위치를 추적해 김포 특정지역을 찾아냈으나 실주거지를 찾아내지 못하다가 홍 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뒤늦게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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