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9월이 만기인 70억달러의 외국인 보유 채권 향배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아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고유가발 인플레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부채 비율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대재정 정책에 착수한 점이 '제동'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인터넷판에서 리먼 브라더스의 권영선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인플레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한국 정부가 여러 거시정책을 구사하더라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제가 지난 1992년 이후 21분기 연속 확장돼왔다"면서 그러나 "(부진한) 내수가 (여전히) 견고한 수출세를 깎아 먹으면서 올해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리먼 브라더스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지난해 5%를 보인데 이어 올해는 4.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내년에는 4.4%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를 초과해 2.5-3.5%일 것으로 예상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유가가 수그러들면서 인플레가 내년에는 목표치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이 지난해 GDP의 3.8%에 달하는 기록적인 재정 흑자를 낸 점과 GDP의 32%인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 부채율,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거시경제 정책에 착수한 점을 상기시켰다.
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최근 통화 정책의 고삐를 다시 조여 지난달 금리를 25베이스포인트 올려 5.25%로 상향 조정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경기 둔화로 내년에 소비자물가 상승이 주춤할 전망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년에 75베이스포인트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밝혔다.
한국 경제의 향후와 관련해 이달로 만기가 돌아온 70억달러의 외국인 보유 채권이 어떨게될 지가 주목된다고 로이터가 1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 규모가 2천470억달러로 추정되는 한국 보유 외환의 3% 미만으로 미미하기는 하나 워낙 민감한 시점인만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아쇠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드와이포 에번스 전략가는 로이터에 "큰 규모는 아니지만 문제는 방아쇠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돈이 한국에서 더 빠져 나간다'고 생각할 경우 숏포지션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한국의 최근 외환 불안과 관련해 그 책임이 통화 당국에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식.채권.외환 시장이 일제히 주저앉은 1일의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지난 1997-1998년의 외환 위기가 다시 오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ING 뱅크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인 팀 콘던은 로이터에 한국 당국이 지난 7월초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현 시점에서는 (또다시) 적극적으로 (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 환율이 멋대로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상의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예상되는 환율)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왜 지난달 원화 하락에 무관심했는지의 원인도 미지수라는 것이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한국이 갖고 있는 단기 외채가 2천222억달러 가량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설상가상으로 이 가운데 40% 가량을 한국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이 갖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에번스는 "현재로선 (투자자) 어느 누구도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와 로이터는 1일 별도 기사들에서 아시아의 인플레가 완화되는 추세가 완연하다면서 특히 한국과 태국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ING의 콘던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한국과 태국 및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유가가 다시 강세로 반전될 것이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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