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따지거나 후보 지명을 축하할 때가 아닙니다. 미국인으로서 멕시코만 지역주(州) 주민들을 돕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31일 미네소타주의 쌍둥이 도시 세인트폴과 미니애폴리스는 당초 예상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했다. 어느 곳에서도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신 허리케인에 대한 염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4만5천명의 전당대회 참가자들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공항은 한산했고, 전대 개막전(前) 행사로 미니애폴리스시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빅 페스트'에도 대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냈을 뿐 주(州) 단위의 세(勢)과시성 대규모 참석도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8만4천여명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버락 오바마의 연설을 듣기 위해 옥외 미식축구 경기장을 꽉 메우고 '예스 위 캔(YES, WE CAN)'을 합창하던 민주당 전대의 열기와 같은 생명력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화당원들의 보수적 성향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제2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상케하는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미 멕시코만으로 접근함에 따라 미 남부 해안 지역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엄청난 국가적 재난의 먹구름이 미국 전역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대에서 베트남전의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40대 여성 개혁주의자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각각 지명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었던 공화당은 즉각 전대 일정을 조정하는 등 비상전대체제로 돌입했다.
이번 전대의 핵심주제인 '국가제일주의'를 뒷받침하듯 공화당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과 부통령 후보인 페일린은 물론 예비 퍼스트 레이디 신디 여사도 전대가 열리는 세인트폴을 방문하거나 선거유세에 나서지 않고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상륙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미시시피주 잭슨을 방문, 허리케인 대비상황을 점검했다.
뿐만아니라 매케인은 공화당전국위원회에 전대 행사 일정을 변경하고 허리케인 구스타브 지원활동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
매케인은 또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봉사하자"는 내용의 특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성명에서 "나는 전세계 선의(善意)의 상징으로서 미국의 위대함을 믿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에 출마했다"면서 "우리들 모두는 우리 자신들의 이해관계보다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케인은 "나는 여러분들이 이런 중요한 대의명분들을 배우고 더 큰 명분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검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일단 첫날인 1일 행사에서 당헌당규에 의해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공화당이 전대 행사를 아예 취소하지 못한 것은 현재 당헌당규에 의하면 1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령.부통령후보를 지명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후보를 지명할 수 없어 자칫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
매케인의 선거대책본부장인 릭 데이비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프로그램 및 활동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본부장은 "우리는 멕시코만 인근 주 주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상륙에 불안해하고 있는 피해예상지역 주민들을 챙겼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또 허리케인 구스타브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대의원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각종 정보와 재원을 제공하기 위해 `피해지역 안내센터'를 설치하고 피해예상지역 대표자들로 `피해지역 실무그룹'을 긴급구성하기도 했으며 귀환하는 대의원들을 위해 항공편을 마련하기도 했다.
공화당 관계자는 "모든 당원들이 전당대회 일정이 걸프만 지역의 상황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대의 최우선 순위는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상륙하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예상지역 대표들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전역에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국민들에게 감사한 뒤 "우리는 대통령.부통령 후보 지명이라는 필요한 절차를 위해 미네소타주에 와 있지만 우리의 주된 관심의 초점은 가족과 친구들"이라며 자신의 지역에서 허리케인과 싸우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냈다.
공화당 주변에선 전대라는 축제를 통해 매케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을 널리 알리고, 공화당 역사상 최초, 미국 역사상 2번째 여성 부통령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페일린 바람'을 확산시키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세인트폴<美미네소타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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