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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노출·도발적인 몸놀림(?) 아랍의 결혼식 엿보기

시끌벅적 요란한 아랍의 결혼식은 끝없이 이어지는 파티의 연속

얼마전 이집트 서민가정의 결혼식을 지켜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양가 모두 그리 넉넉지 않은 사정이었지만 이틀간 치러진 결혼식은 꽤나 격식있고 요란했습니다.

 

공식행사는 결혼식 전날 신부집 근처 모스크에서 거행된 결혼계약서 작성으로 시작됐습니다. 모스크의 이맘이 코란을 낭송하는 가운데 신부 아버지와 신랑이 마치 팔씨름 하듯 손을 맞잡고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양가 가족과 이웃들이 주변에 모여 법적 결혼 성사를 축하한 뒤에는 곧바로 신부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집이 좁았는지 잔치는 아예 집앞 골목에서 벌어졌습니다. 드럼과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시끌벅적한 음악에 맞춰 하객들이 돌아가며 경쾌한 아랍 춤사위를 선보였습니다.

      

      

귀청을 찢을듯 한 소음에도 이웃들이 짜증을 내기는 커녕 하나 둘 잔칫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즐거워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고발이 들어갔을텐데 말이죠.)

잔치음식은 다소 소박했습니다. 코카콜라와 사탕, 볶음밥 등이 하객들에게 제공됐습니다.

40도 가까운 기온임에도 9시쯤 시작된 잔치는 자정을 넘겨서도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새벽까지 흥겹게 논 신랑, 신부와 가족, 친지들은 이튿날 저녁 결혼식장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양가의 경제사정상, 부유층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 연회장 대신 시내의 결혼식용 야외홀이 장으로 준비돼 있었습니다. 식장 주변에는 몰려드는 하객들이 계속해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습니다. 결혼식은 우리처럼 주례나 사회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전야파티 그대로 그저 춤과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전날과 다른 점은 신랑, 신부 포함해 하객 모두 한껏 멋을 부린 복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나 여성들은 이슬람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과감한 노출과 도발적인(?) 몸놀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결혼파티가 여전히 남녀가 따로 모여 진행된다고 합니다.)

      

      

일견 중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모와 달리 신랑 무함마드의 나이는 불과 22, 신부 아미르는 놀랍게도 18살입니다. (아무래도 강렬한 태양이 피부를 검게할 뿐 아니라 노화도 촉진하는 모양입니다.)

       

대개 부모가 정해주는 짝과 결혼하는 아랍 전통과 달리 이들은 어릴적부터 자기들끼리 눈이 맞아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아랍권 대부분 국가에서 조혼 풍습이 여전하지만, 요르단이나 시리아, 이집트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결혼 비용 마련이 힘들어 20대 결혼이 갈수록 드문 일이 되고 있습니다.

신랑은 우리처럼 살 집과 신부 패물 샤브카는 물론 신부에게 줄 마흐르라고 불리는 현금을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혼했을 때 신부가 홀로 설 수 있는 밑천 격인데, 체면을 중시하고 허풍이 센 편인 아랍인들은 허리가 휘더라도 이들 결혼준비물을 최대한으로 장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명한 무함마드와 아미르는 양가 부모를 설득해 샤브카와 마흐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본인들이 원할 때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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