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폐막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9일 낮(미국 현지시간) 민주당 못지 않게 드라마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발표했다.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열린 선거유세 행사에서 매케인 의원은 부인 신디, 그리고 딸과 함께 청중의 열렬한 환호속에 연단에 등장, 부통령 후보의 이름을 숨긴 채 후보의 면면을 소개하면서 행사장의 긴장을 잔뜩 고조시키는 화술을 구사했다.
매케인은 연설 도중 "그녀", "주지사", "5자녀의 어머니"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부통령 후보의 윤곽을 드러냈으며 행사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자신의 이익을 먼저 앞세우고 국가를 뒷전으로 두는 워싱턴의 낡은 정치와 싸우는데 나를 도울 수 있는 후보"라며 44세의 여성 주지사인 새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소개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페일린 주지사는 남편 토드와 세명의 딸, 그리고 올해 4월 태어난 둘째 아들 등 가족과 함께 무대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등장, 매케인 후보와 그 가족들과 포옹을 나누며 중앙 정치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로 선정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말에 이어 남편과 세 명의 딸, 특히 큰 딸이 안고 있는 생후 4개월된 둘째 아들까지 이름을 불러가며 소개.
그녀는 특히 이 날이 남편 토드와의 결혼 2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말해 큰 축하를 받았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장남 트랙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해 9월11일에 군에 입대, 다음달 이라크에 파병 예정"이라고 소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84년 대선 때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서 최초의 부통령 후보 기록을 세웠던 제럴딘 페라로와 올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1천800만여만표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낭낭한 목소리로 미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정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생중계한 TV방송사들은 페일린의 연단 뒤에 든든한 바람막이처럼 자리 잡은 그녀의 남편과 자녀의 모습을 비중있게 다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당초 미국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전날 밤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의 후보지명 수락연설의 의미와 향후 선거유세 일정을 보도하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나 아침부터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44세의 여성 주지사인 페일린이 급부상했다는 소식에 오바마 연설에 관한 논평은 아예 뒷전으로 밀린 양상이었다.
게다가 이날 매케인의 데이턴 유세를 앞두고 1-2시간 전부터 주요 방송사들은 페일린의 부통령 낙점을 기정사실로 보도하면서 페일린에 관한 소개 리포트를 집중적으로 내보내 매케인 진영으로서는 광고비를 단 한푼도 쓰지 않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재미를 톡톡히 누렸다.
이날 72세의 생일을 맞은 매케인은 무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 주변의 청중들로부터 `해피버스 데이 투유'라는 축하 노래를 듣고 "나는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그 어느 때보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44세의 젊은 미모의 여성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지 않았더라면 이날 생일축하 노래가 하마터면 고령의 나이에 대한 풍자로 여겨질 법한 상황이 절묘하게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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