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 정서요? 실제 생활하다보면 피부로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은 최근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화두가 되고 있는 중국 내에서의 반한(反韓), 혐한(嫌韓) 정서를 실제로 느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이같은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학생 김모(32)씨는 "올림픽 응원 과정에서 한국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중국인이 있기는 했지만 중국 친구들이 한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싫어한다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 내수시장을 뚫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도 최근 반한 정서로 인해 영업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한국상회의 최훈 사무국장은 "회원사로부터 반한 감정으로 인해 기업 운영에 악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작 반한 감정이 가장 피부에 와 닿아야 할 중국 내 교민이나 유학생들은 최근 언론에서 집중 거론되고 있는 반한 감정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한 감정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에서 한국인은 한국 방송사의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사전방송으로 올림픽 개막 전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하더니 경기장에서 돌출된 중국인의 반한 응원전, 특히 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중국 관중들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장면을 당혹감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
지난 5월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 한국 네티즌이 쓴 일부 악성 댓글이 중국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중국인의 반한 감정은 급기야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언론에서 '쑨중산(孫中山)이 한국 혈통'이라고 주장했다는 류의 출처불명의 '짝퉁기사'까지 인터넷에 나돌면서 중국인을 자극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 정치인들이 나서 반한 정서의 심각성을 거론하고 한국의 주요 매체들도 반한 정서에 우려를 나타내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급기야 반한 정서는 중국 일부에서 표출된 극단적인 감정을 뛰어넘어 '13억이 모두 한국을 싫어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우려를 낳았다.
특히 한국인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중국 관중들이 야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아닌 일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게 됐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막식 리허설 사전 방송 사건이 터진 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개막식에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박수대신 야유를 쏟아내자", "한국과 경기하는 다른 국가를 모두 응원하자"는 등 보복행위를 하자는 극단적이면서 일시적인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올림픽에서 일본을 응원했다는 것으로 엄청난 충격에 빠진 나머지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언론들도 반한 감정은 소수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입장이다.
신화통신의 서울특파원은 '민심의 작은 충돌이 한중간 큰 교류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통해 "한중 수교 16년 이래 무역액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양국간 교민과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교류가 크게 늘어나고 우호협력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국의 평가에 민감한 한국의 언론들이 반한 정서를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실제보다 크게 과장돼 오히려 양국간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중국의 주요 언론사 편집인들도 "반한 감정은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의 일시적인 감정일 뿐 양국간의 우호 정서란 큰 물줄기에서 보면 매우 작은 일에 불과하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반한 정서는 네티즌들 간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란 분석 외에도 한국 내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짝퉁 천국', '갈 길이 아직도 먼 나라',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나라' 등의 표현을 통해 노골적으로 무시해 온 우리 나라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 대중문화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한류'(韓流)란 흐름이 어떻게 보면 특수한 현상이었는데도 상대적인 우월 의식을 갖고 중국이 한국을 추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풍조가 있지 않았느냐는 반성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이를 시기.질투하는 것이 사실상 동전의 양면인데도 우리 입장에서는 후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부각된 반한 감정은 한류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가 있다면서 서로 노력해서 양국간 발전을 위해 상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올림픽 기간 중국인들이 드러낸 반한 감정이 한류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가 있다"면서 "민족주의 경쟁을 하기보다 서로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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