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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딸이 셋이나 있는데.." 눈물의 분향소

필리핀서 5명 숨진 꿈꾸는교회 분향소

27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위 박태성(38) 서울 꿈꾸는교회 부목사를 잃은 정암모(65) 씨는 28일 교회에 마련된 분향소 옆에 앉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부목사는 이 교회 박수진(52) 담임목사, 곽병배(33) 부목사 등과 함께 필리핀 현지 교회의 청년 프로그램 현장 답사를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전날 오후 5시께 소식을 들었다는 정 씨는 "딸이 지난달 17일 출산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딸과 세 손녀를 떠올린 듯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다시 말을 멈추고 눈물을 쏟아냈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박수진 목사의 큰 누나 경희(71) 씨는 "애들이 졸지에 고아가 됐다. 다 컸지만 아직 둘 다 결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조카 미은(29.여)과 지현(25) 씨를 걱정했다.

10남매 중 9번째로 항상 어른스럽게 형제들을 챙기고 효성도 지극하던 동생 박 목사를 떠올린 박 씨는 "며칠 전에는 고향(경북 의성)에 왔다 갔다고 하더라. 자기가 죽을 걸 알았는지 부모님 묘소에도 들르고...자기 형이 필리핀이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했다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교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사고 소식을 접한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학교를 조퇴하고 교복을 입은 채 분향소를 찾아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구한길(18.고3) 군은 어려운 자신의 집안 형편을 알고 많은 도움을 줬던 곽 부목사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구 군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끝까지 도와주고 항상 챙겨주던 고마운 분"이라며 "비록 아직은 학생 신분이지만 목사님의 뜻을 받들어 힘든 아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고 어떻게 해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던 신도 김영화(63.여) 씨는 "어제 오후부터 계속 마음이 불편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사고 때문에 그랬나보다"며 다른 신도들의 손을 부여 잡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교회의 조문도 이어져 이날 분향소를 찾은 봉천제1교회 이규호 목사는 "박수진 목사는 진실하고 겸손한 분이었다. 같은 지역에 속해있는 교회이고 좋은 선배여서 많은 조언을 들었었는데..."라며 애도를 표했다.

교회 측은 함께 사고를 당한 경남 진해 꿈꾸는교회 관계자들과 이 교회 하근택 수석장로, 송기준.송행중 장로 등으로 구성된 장례위원단을 꾸려 이날 저녁 유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유족 등 20여명은 이날 오후 4시 교회에서 모인 뒤 밤 7시 50분 아시아나 항공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한다.

교회와 유족들은 당초 시신을 서울로 운구해 올 예정이었으나 필리핀 현지 사정이 열악해 시신을 냉동 보관할 수 없는 점을 감안, 이날 오후 회의를 거쳐 현지에서 화장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근택 수석장로는 "시신은 현재 방부 처리한 상태이나 날씨가 더워 훼손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현지에 가서 시신을 확인한 뒤 화장할 것이지만 귀국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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