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가장 재미(?)를 본 정당을 꼽으라면 자유선진당을 들 수 있다.
선진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섭단체에 필요한 20석을 얻지 못해 총선 이후 줄 곧 속앓이를 해왔다.
또 국회의장 선출 때는 제3당으로서 일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원구성 협상 때는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철저히 배제당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 6일 어렵사리 창조한국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정체성이 맞지 않는 '어색한 동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산 넘어 산이었다.
하지만 '두 지붕 한가족'의 위력은 대단했다.
교섭단체 등록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 정당들이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문제로 의사타진을 해오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달 31일 한나라-민주 양당의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뒤 재개된 협상에서는 이른 바 '중재자'를 자임하며 협상에 참여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가축전염병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을 때는 나름의 중재안을 내놓으며 타협을 거들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한나라-민주 양당의 협상장에 들어가 선진.창조 모임을 배제한 채 두 당끼리만 원구성 협상을 하는 법적 근거를 대라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국회 운영은 교섭단체 간 협의에 따라 하도록 돼 있다)
결국 양당은 제대로 답을 못했고 선진.창조 모임은 양당이 합의할 수 있도록 1시간의 여유를 주는 조건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선진·창조모임의 압박이 통한 건지, 양당의 의견이 원래 좁혀져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당일 원구성 협상은 타결됐다.
평소 주장해왔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부수입도 짭짤했다.
협상 과정에서 당초 받기로 했던 상임위원장 1자리 외에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1자리 더 챙겼다.
협상에 끼지 못했다면 어림도 없는 조건이었다.
말 많고 탈 많은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었지만 앞으로 선진당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파트너인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조만간 국회로 넘어올 태세다.
문 대표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선진당과의 동거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민련 해체 후 우리 정치현장은 사실상 양당제로 운영돼 왔다.
선진당의 등장이 우리 정치지형에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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